대구서 전국 첫 '제조 AI 협의체' 출범
엠엔비젼 등 현장형 AI 기업 주축
제조 현장의 인공지능(AI) 도입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요구받는 가운데, 대구에서 만들어진 민간 주도의 전국 최초 제조 AI 공급기업 협의체가 주목받고 있다. 기술 중심이 아닌 수요 연계와 사업 성과를 전면에 내세운 점에서 기존 정책 중심 AI 사업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대구 지역 제조 AI 기업들이 주축이 된 '대구 AI 공급기업 협의회'(DASSA·Daegu AI Solution & Supply Association)는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의 제조 AX(제조 AI 전환)랩 세미나를 계기로 결성됐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기업 간 교류가 협의회 창립으로 이어졌고, 출범 두 달 만에 5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서울대 교수이자 한국인공지능기술산업협회(KATIA) 회장을 맡고 있는 이원찬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출범식에서 "민간 주도의 AI 협의체가 출범한 것은 대구가 전국 최초"라며 선제적 의미를 강조했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엠엔비젼의 최진욱 대표는 2012년 AI 머신비전 전문 기업을 설립하고 제품 결함 검사와 작업자 안전 감시 분야에서 현장 실증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엠엔비젼의 AI 솔루션은 온디바이스 AI 방식이 핵심이다. 클라우드나 GPU 서버를 거치지 않고 카메라와 임베디드 장비 자체에서 판단해 0.3~0.4초 이내에 로봇과 설비를 제어한다. 산업 현장에서 1초의 지연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속도 차이는 실제 안전 사고 예방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최 대표는 "AI 정확도는 알고리즘보다 이미지를 얼마나 정확히 취득하느냐가 좌우한다"며 "광학 설계와 조명, 촬영 방식까지 포함한 통합 설계가 없으면 AI는 현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협의회가 출범한 배경에는 구조적인 시장 미스매치가 있다. 대구의 제조 수요 기업은 서울 AI 기업을 찾고, 정작 대구 AI 기업은 외지에서 일감을 찾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협의회의 1차 목표 역시 명확하다. 수요 기업 발굴과 매칭이다. 단순 네트워크 모임이 아니라, 실제 계약과 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회원사의 20~30%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스타트업 기업이다. 본사 주소만 대구에 두고 외부에서 활동하던 기업들이 지역 산업과 연계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협의회의 역할이다.
협의회 내에서 주목받는 솔루션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여러 생성형 AI를 하나의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통합 플랫폼, 외부 네트워크 연결 없이 인트라넷에서 작동하는 폐쇄망 AI, 그리고 로봇·디지털 트윈·임베디드 기술이 결합된 피지컬 AI가 대표적이다. 특히 피지컬 AI는 단일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협의체형 연합 모델이 필수라는 점에서 협의회의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최 대표는 제조 AI 확산의 핵심으로 소통 격차 해소를 꼽았다. 기술 격차는 줄일 수 있지만 AI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체와 솔루션 기업들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이를 위해 매칭 데이, 설명회, 사전 세미나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현재 DIP, 대구테크노파크, 기계부품연구원(DMI),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경북대와 인력 양성 및 공동 연구도 추진 중이다. 최 대표는 "올 한 해 동안 대구 안에서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을 최대한 많이 연결하겠다"며 "민간 주도의 제조 AI 협의체로서 정책과 현장을 잇는 구심점이 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