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소방서에 커피 기부하셨나요?"
9일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민규(33) 씨는 지난 3일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 4개월 전 동네 소방서에 전달한 커피 50잔이 민원으로 접수됐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씨는 평소 화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소방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한 소방서에 커피 50잔을 전달했다고 한다. 단순한 응원의 표시였지만, 이후 해당 소방서 감찰 부서로부터 커피 제공 경위와 특정 소방관과의 이해관계 여부에 대한 소명을 요청받았다.
결국 소방관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일이 '민원 대상'이 된 셈이다. 박 씨는 "불이 나면 내가 있는 곳부터 꺼줄 것도 아닌데, 목숨을 걸고 일하는 분들에게 고작 커피를 전한 것이 이해관계에 해당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응원과 선행이 민원 같은 행정절차로 돌아온다면 누가 나서서 감사 인사를 전하려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해당 소방서는 지난 2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을 계기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소방행정과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면 사실관계 확인은 불가피한 절차"라며 "처벌이나 징계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규정상 외부로부터 선물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안내하는 계도 차원의 조치로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금품 수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시행령에 따라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에 해당하면 5만 원 이하의 선물이나 간식은 허용된다.
이를 두고 직무 관련 금품 수수를 제한하는 제도가 이웃 간 나눔이나 감사 표현까지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공분이 이어졌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방학 때 학생이 선생님께 준 선물도 문제 삼더니, 이제는 소방관 커피까지 시비냐", "적당히 좀 해라"라며 비판했다.
실제 경험담을 공유한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한 이용자는 "아이에게 소방차 태워주고 사진 찍어준 소방관에게 박카스를 드리려 했지만 받지 않으셨다"며 "아이도 많이 서운해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따뜻한 온정은 씨를 말리고, 힘 있는 사람만 특혜 받는 사회가 됐다", "고위 관료는 놔두고 애꿎은 소방관과 선한 의도의 시민만 힘들게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도 이어졌다. "도대체 그런 민원을 넣은 민원인이 누구냐", "민원도 거르는 장치가 필요하다", "사심으로 넣는 민원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 "공권력 낭비한 민원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