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시장에서 출발 삼송빵집, 해외진출 본격화
40년 역사 김주연왕족발, 서남신시장과 동반 성장
땅콩빵 붐 일으킨 대신땅콩빵 "새 명물 만들 것"
"잘 키운 가게 하나, 열 가게 안 부럽다."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들이 일대 상권을 먹여 살리는 일종의 '킬러 콘텐츠'로 기능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 한 번이면 방방곡곡의 소식을 알 수 있는 시대다. 전통시장이나 상권에 하나씩 자리한 '스타 점포'들이 SNS를 통해 전국 소비자를 지역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구에도 전통시장에 뿌리를 두고 전국에 이름을 알려 기업화까지 이룬 사례들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지역경제에서 시장 상인·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이들 경쟁력을 북돋아 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로 뻗어가는 옥수수빵
삼송빵집은 대구 전통시장에서 시작해 전국구 베이커리로 성장한 대표 사례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삼송빵집은 지난 1957년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에서 삼송제과로 출발했다. 본점은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동성로를 거쳐 현재 수성구 두산동에 안착했다. 처음 30평(99㎡) 남짓하던 점포 크기는 위치를 옮기면서 60평(198㎡), 80평(264㎡), 1천평(3천305㎡)으로 점차 커졌다.
삼송빵집은 지난 2009년 개발한 '통옥수수빵'이 이른바 '마약빵'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고, 현대·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3사 점포에도 차례로 입점했다.
지금은 서울·경기와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 등 전국에 56개 매장을 보유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대표 상품인 통옥수수빵이 '1초에 하나씩 팔리는 빵'으로 자리 잡으면서 연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200억원을 기록했다.
삼송제과 창업자인 고 박찬호 씨 뒤를 이어 3대째 맥을 잇는 박성욱(58) 삼송BNC 대표는 지난 2022년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업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제빵 공장을 2곳으로 늘리고, 브랜드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해외시장에도 본격적으로 통옥수수빵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올해 제품 수출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투 트랙' 전략으로 해외사업을 본격화하려 한다. 미국, 영국 등에서도 제품 수출이나 팝업 행사 요청이 들어오는 상태다. 우선 홍콩과 중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으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해외시장 개척과 함께 삼송빵집 외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했다.
◆전국 사로잡은 서남 왕족발
달서구 감삼동 서남신시장의 '터줏대감' 김주연왕족발도 빼놓을 수 없다. 김주연왕족발 본점은 1987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40년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 왔다. 이분남(62) 김주연왕족발 본점 대표는 2010년부터 이모부인 김주연 대표 뒤를 이어 가게를 지키고 있다.
김주연왕족발은 '식힌 족발'이 당연하던 시절 본의 아니게 '온족발'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가 족발이 솥에서 나오자마자 사가다 보니 식힐 시간이 없었다는 것. 아직도 주말이면 하루 200~300인분의 족발이 팔려나간다. 대구를 중심으로 가맹점도 10여개 보유하고 있다.
본점에선 배달이나 택배 발송을 하지 않다 보니 서울, 전남 광양시, 칠곡군 등 각지에서 족발을 맛보러 온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여기에는 소위 '잘되는 집'이 시장을 잠식하면 다 함께 잘 사는 상생 구조가 깨질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기보다 본연의 맛을 내는 데 집중한다는 게 이 대표 경영 철학이다.
김주연왕족발은 본점 기반을 두고 있는 서남신시장과 동반 성장을 이뤄낸 사례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가게를 찾아오는 이유로 '변함없는 맛'을 꼽았다. 그는 전 대표에게 전수받은 요리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오랜 시간 유지해 온 육수는 족발 맛을 살리는 비결이다.
이 대표는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맛이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재료를 써야 한다. 옛날을 생각하면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우리 집은 재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바람이 있다면 시장이 조금 더 활성화되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시장을 찾도록 할인 지원 등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새 명물 된 땅콩빵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전국에 땅콩빵 '붐'을 일으킨 대신땅콩빵은 '신흥 강자'라 할 만하다. 양승훈(44) 대신F&B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 모친이 장사하던 자리에서 땅콩빵을 팔아 대박을 터뜨렸다. SNS를 타고 '땅콩 많이 넣어주는 집'으로 소문이 나면서다.
현재 본점의 월 매출은 개업 첫 달에 비해 3배 정도 성장했고, 가맹점 수는 가맹사업에 뛰어든 지 2개월여 만에 전국 12개로 늘어났다. 제주도 서귀포 등에도 내달 중 신규 매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양 대표는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창업 직후부터 땅콩 캐릭터를 만들고 직원들과 노란색 유니폼을 맞춰 입는 식으로 브랜드화에 나섰다.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땅콩빵 기계를 주문 제작하고, 차별화된 맛을 위해 반죽도 자체 개발했다. 기존 땅콩빵과 달리 통땅콩을 손에 잡히는 대로 넣어주는 게 대신땅콩빵 특징이다.
대신땅콩빵은 서문시장의 다른 점포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다. 땅콩빵이 흥행하면서 이를 취급하는 곳은 서문시장 안에서만 20여 개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땅콩빵이 서문시장을 대표하는 새로운 명물로 부상한 셈이다.
양 대표는 "서문시장 땅콩빵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가맹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향후에는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로 진출하는 게 목표"라며 "사업 아이템이나 주변 환경만 좋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라 영업자 개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통시장에서 영업하는 사람이라면 다 같이 잘 되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상공인 힘으로 경제 성장
정부도 '로컬 창업 점포'와 전통시장이 연계해 만들어내는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레시피 개발 등 생활형 연구개발(R&D) 지원사업으로 소상공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일 충남 천안 중앙시장에서 설 성수품 수급 동향과 설 민생안정 대책이행 상황을 점검한 뒤 이 같이 밝혔다.
구 부총리는 특히 천안 중앙시장 노점에서 출발해 해외까지 확장한 '못난이 꽈배기' 사례처럼 좋은 레시피를 발굴하는 생활형 R&D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제품·레시피 개발, 조리 로봇 등 자동화·공정 개선, 패키징 디자인, 마케팅, 판로 개척 등 과정의 효율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지역이 가진 문화와 자원을 활용한 로컬 창업의 모범 사례"라고 언급하며 "로컬 창업 점포와 전통시장이 서로 연계될 경우 경쟁력 있는 소비·체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는 "전통시장의 '킬러 콘텐츠'라 할 만한 점포를 발굴하려면 금전 지원보다는 전문가를 통한 메뉴 개발이나 홍보, 마케팅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타성으로 제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대상 업체를 선정할 때 업체당 5년 정도는 지원하는 계획을 잡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