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퍼 여당에도 대미투자특별법 두 달째 표류
미국 "절차 아닌 선택의 문제" 판단…관세 인상 수순 강행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절차를 멈추지 않는 배경에는 한국 정치권, 특히 국회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지연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 미국은 한미 정상 간 합의의 결과로 투자 이행을 요구했지만 여당은 국회 절차를 이유로 결단을 미뤘고 그 공백은 관세 압박으로 되돌아왔다는 평가다.
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발언 이후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출국했던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시간으로 5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까지 잇따라 방미했지만 한미 외교·통상 당국의 총력전은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한국산 제품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이미 행정적으로 확정하고 관보 게재 절차에 착수했으며 이를 중단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문제 삼는 지점은 명확하다.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 이른바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162석을 보유한 절대다수 여당으로 국회 구조상 단독 처리도 가능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된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미국은 이를 단순한 입법 절차 상 지연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측은 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각종 쟁점 법안을 야당 반대에도 속전속결로 처리한 전례를 거론하며 "왜 미국이 요구한 투자 입법만 미루느냐"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 압박 명분이 입법 지연에 있다는 점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 같은 인식 차는 외교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노력을 설명했지만 미 국무부가 발표한 회담 자료에는 관세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 한국은 설명에 집중했지만 미국은 관세 문제를 별도의 트랙으로 관리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통상 라인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이 잇따라 미국을 찾았지만 미국은 "입법 지연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민주당이 언제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수퍼 여당'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의구심은 오히려 커졌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방미 이후에도 관세 인상 관보 게재 절차는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 관료들은 미국의 압박과 국회의 입법 정체 사이에 끼인 채 사실상 협상 카드 없이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은 투자 집행이라는 결과를 요구하는데 한국은 국회 절차를 설명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