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당한 민주당 디지털자산TF…'스테이블코인 51%룰, 대주주 지분제한' 우려 커져

입력 2026-02-04 16: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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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책위, 금융위 '규제안' 수용 가능성↑
디지털자산TF·업계 "산업 필망의 길" 반발
스테이블코인 51%룰 비롯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등 법안 포함

더불어민주당 디지털 자산 TF 위원장인 이정문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 자산 TF 위원장인 이정문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입법 방향이 산업 육성에서 규제로 급선회했다. 수개월간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당내 TF(태스크포스)안이 사실상 폐기되고, 금융위원회의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경쟁력을 뿌리째 뽑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민주당 디지털자산 TF와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관련해 금융위가 요구해 온 핵심 규제 사항을 대거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민주당 디지털자산 TF는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과도한 규제를 지양하는 방향의 법안을 준비해왔으나, 정책위 단계에서 금융당국의 논리가 이를 덮어버린 것이다.

이날 TF 위원장인 이정문 의원실에서 열린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대표단 면담이 이뤄진 후, TF 관계자는 "금융위가 TF 소속 의원들과의 논의를 건너뛰고 정책위 의장에게 직접 보고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켰다"고 지적했다.

TF 실무진 사이에서는 "동료 의원들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며 "이런 식이면 법을 만들지 않는 게 낫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정책위가 수용한 금융위 안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의 은행 독점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이다.

구체적으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은행이 지분 51%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은 기존 지분과 관계 없이 대주주의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TF 측 관계자는 "국내 금융·은행권은 해외 경쟁력이 전무하다"며 "혁신 기업이 주도해야 승산이 있는데, 은행 중심 발행은 필망의 길"이라고 직격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페이팔 같은 빅테크 기업이나 지자체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 큰 논란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이다. 금융위는 특정 주주의 지배력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기존 대주주의 지분을 강제로 낮추는 방안을 내밀었다.

이에 대해 TF 자문위원단은 의견서를 통해 "기존에 형성된 지배구조를 사후 입법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당혹스러운 발상"이라며 "주주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과 충돌하며 헌법상 재산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고 입을 모은다.

민간 자문위원들은 "금융위의 논리라면 전국민이 사용하는 네이버나 카카오의 지분율도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며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복합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규제"라고 꼬집었다.

또한, TF 자문단은 의견서를 통해 "새 정부와 여당이 미래 먹거리인 신산업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며 "속도가 곧 경쟁력인 시장에서 잘못된 규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국경 없는 코인 시장에서 한국 기업만 손발을 묶으면,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시장을 장악했듯 해외 거대 거래소에 안방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