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요금에 수요 쏠림 가속…병목 구간은 이미 한계
탄력요금제·선로 투자·예매 제도 개선 병행해야 효과
고속열차 좌석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통합만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좌석 부족의 원인이 요금 구조와 선로 병목, 예매 제도 등 복합적인 요인에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속철도 요금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시외버스 요금은 20% 이상 올랐지만 고속철도 요금은 사실상 제자리였다. 동대구에서 동서울까지 우등고속버스를 이용하면 3시간 30분에 3만원 안팎이 들지만, 걸리는 시간이 절반 수준인 고속철도 요금은 4만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수요가 고속철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로 여건도 좌석 확대의 발목을 잡는다. 경부고속선 평택~오송 구간은 이미 선로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열차를 더 투입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태다. 기존 선로 아래 약 70m 깊이에 신설되는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완공은 2028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단기간에 좌석 공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예매 제도 역시 좌석난 체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무분별한 선예매와 대량 취소로 좌석이 한동안 잠겼다가 출발 직전 풀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승차권 취소 건수는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코레일이 '코레일톡' 승차권 변경 서비스를 확대해 출발 30분 전까지 위약금 없이 열차 시간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는다. 이용자 편의를 높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좌석 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변경과 취소가 쉬워질수록 좌석 회전이 왜곡돼 체감 혼잡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통합 논의와 별개로 수요 관리 정책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혼잡 시간대 요금을 높이고 비혼잡 시간대 요금을 낮추는 탄력요금제를 도입해 이용 수요를 분산하자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 일반화된 가격 차등 전략을 철도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용한 경일대 철도학부 교수는 "선로 용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지만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며 "중련 편성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역사 플랫폼 길이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이용자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혼잡 시간대와 비혼잡 시간대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요금제 개편만으로도 체감 혼잡도를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