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도, 형태도 다른 故 이건희 회장 기증 석인상들…볼수록 정감 가네

입력 2026-01-30 09: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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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박물관 '모두의 정원'
해담길·월담길·별담길 따라
이건희 기증 석조물 257점 전시

국립대구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모두의 정원'에 전시된 석인상들. 나와, 친구와 닮은 석인상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해담길에 전시된 향로받침석과 석인상들. 풀이 자라서 석조물을 훼손하는 것을 막고자 별도로 흙을 다지고 자갈을 깐 공간을 만들어 배치했다. 이연정 기자
해담길에 전시된 향로받침석과 석인상들. 풀이 자라서 석조물을 훼손하는 것을 막고자 별도로 흙을 다지고 자갈을 깐 공간을 만들어 배치했다. 이연정 기자
문인의 형상을 새긴 것으로 짐작되는 석인상들. 왼쪽은 평소의 복두와 복식을 착용한, 오른쪽은 금관조복을 입고 홀을 든 모습으로 표현됐다. 이연정 기자
문인의 형상을 새긴 것으로 짐작되는 석인상들. 왼쪽은 평소의 복두와 복식을 착용한, 오른쪽은 금관조복을 입고 홀을 든 모습으로 표현됐다. 이연정 기자
월담길에 놓인 다양한 표정의 석인상. 이연정 기자
월담길에 놓인 다양한 표정의 석인상. 이연정 기자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 석조물들을 대거 감상할 수 있는 국립대구박물관의 야외전시장 '모두의 정원'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두 달 전 박물관이 조성한 '모두의 정원'은 이 회장이 기증한 석조물 중 가장 많은 수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은 개관 30주년이던 2024년부터 조성을 시작해 2년에 걸쳐 '모두의 정원'을 완성했다. 범어공원으로 이어지는, 휑하던 박물관 뒤편 산책로는 다양한 형태와 표정의 석인상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 석조물들은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이 회장의 기증품 2만1천여 점의 일부다. 기증품 중 석조물은 총 835점으로 국립청주박물관을 비롯해 국립전주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등에 분산돼 전시·보존 중인데, 대구에서는 가장 많은 수량인 257점을 가져와 야외전시장에 전부 선보이고 있다.

석조물의 경우 크기와 무게로 인해 운반, 전시 등에 제약이 많은 편이지만, 대구의 경우 넓은 야외전시장을 확보하고 있어 비교적 전시하기에 좋은 환경이 갖춰져있던 셈이다.

권영우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개인이 수집한 문화유산을 모두가 함께 감상하고 아름다움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한 공간"이라며 "소중한 기증의 가치를 담아 이름을 '모두의 정원'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국립대구박물관 야외 전시장
국립대구박물관 야외 전시장 '모두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석조물들. 이연정 기자
다양한 형태의 석인상들이
다양한 형태의 석인상들이 '모두의 정원'에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박물관 마당에도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인 석탑과 탑신석 등이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박물관 마당에도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인 석탑과 탑신석 등이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산책로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 것은 동자석과 석인상이다. 권 학예연구사는 "무덤 양쪽에 세운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석인상은 쌍을 이룬다"며 "무덤을 수호하고자 주변에 석인상을 세우는 관습은 중국 당나라의 영향으로 통일신라시대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담길', '월담길', '별담길'로 구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다양한 형태와 표정의 석인상들을 만날 수 있다. 언뜻 보면 투박하지만, 들여다볼수록 하나도 같은 모습이 없는 생김새가 흥미롭다.

문인의 형상을 새긴 것으로 짐작되는 석인상들의 경우 왼쪽은 평소의 복두와 복식을 착용한, 오른쪽은 금관조복을 입고 홀을 든 모습으로 표현돼 제작된 시대 등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과장된 형태의 눈·코·입과 신체 비율로 인해 석인상들이 귀엽고 정겹게 느껴진다.

박물관은 200여 개의 이 석인상들이 단조롭게 배치되지 않도록 위치와 방향, 높이를 다르게 해 관람객들이 색다른 시선으로 석인상의 풍성한 표정과 형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산책로에는 고려시대 석조여래좌상과 오층석탑, 삼층석탑 등 다양한 석조물을 함께 배치했다. 산책로 입구 인근의 '효자 이종형 정려문(旌閭門)'과 박물관 마당의 높이 6m 오층석탑 등도 놓치지말아야 할 전시품이다.

혹시나 작은 석인상을 누가 번쩍 들어서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권 학예연구사는 "석인상들을 그냥 심어둔 것이 아니라 땅 속에 금속 와이어로 일일이 묶어놔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365일 24시간 CCTV로 관제하고, 오후 6시 반까지 개방하는 등 출입시간을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물관은 '모두의 정원'과 연계해, 실내에서 '알록달록 동자상' 전시도 진행 중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목조 동자상을 가까이에서 보고 석인상 모형을 만져볼 수 있도록 한 체험형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