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6만호 쏟아붓는 1·29 대책…판교 2개 규모 도심 공급

입력 2026-01-29 15:33:35 수정 2026-01-29 15: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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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2만·경기 2.8만·인천 1천호, 유휴부지·노후청사 총동원
예타 면제·GB 예외까지 동원한 속도전…"국가 자산 수도권 편중" 비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14. 기재부 제공

정부가 29일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은 수도권 집중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경기·인천에 모두 6만호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불과 엿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수도권은 집값 때문에 못 살게 됐다"며 집중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배치되는 대책으로, 정책 일관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에 발표한 공급 물량 가운데 4만호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던 순증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계획된 물량을 재포장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 도심에 추가 공급을 밀어붙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판교 2개 규모, 여의도 1.7배 면적 공급

정부는 서울 3만2천호, 경기 2만8천호, 인천 1천호 등 모두 6만호를 수도권에 공급하기로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기존 계획 물량 6천호를 제외하면, 이번에 새로 발굴한 물량은 5만2천호에 이른다. 착공 시점은 2027년부터다.

공급 규모를 면적으로 환산하면 487만㎡로, 판교 신도시(2만9천호) 두 곳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신도시급 물량을 수도권 도심 한복판에 집중 배치하는 셈이다. 서울 물량만 놓고 봐도 과거 보금자리주택의 서울 공급분(3만8천호)의 80%를 웃돈다.

공급 방식은 유휴부지와 노후청사 등 '공공부문 보유 자산'을 최대한 끌어다 쓰는 것이다. 전체 물량 가운데 국유지가 2만8천100호로 가장 많고, 공공기관 부지가 2만1천900호를 차지한다. 공유지 3천400호, 기타 부지 6천300호도 포함됐다. 사실상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수도권 핵심 자산을 총동원한 공급이다.

서울에서는 용산구 일원 1만2천600호가 최대 규모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캠프킴 부지가 포함됐다. 이 밖에 태릉CC 6천800호, 금천구 독산 공군부대 2천900호, 동대문구 일원 1천500호, 은평구 불광동 연구원 부지 1천300호, 강서구 군부지 900호 등이 대상이다.

경기도에서는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령부 일대가 9천800호로 가장 많다. 성남시 금토2·여수2 지구 6천300호, 남양주 군부대 4천200호, 광명경찰서 600호, 하남 신장 테니스장 300호 등이 뒤를 잇는다.

노후청사 복합개발은 서울 20곳, 경기 12곳, 인천 2곳 등 총 34곳에서 9천900호를 공급한다. 강남구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도봉구 쌍문동 교육연구시설, 성동구 성수동 옛 경찰기마대 부지, 수원우편집중국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들 부지에 주택과 함께 생활 편의를 높일 사회간접자본(SOC)을 동시에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3만2천호, 경기 2만8천호, 인천 1천호 등 수도권에만 총 6만호를 공급하는 계획이 담겼다. 사진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이날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2026.1.29. 홍준표 기자

◆예타 면제·그린벨트 예외 등 속도전

정부는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기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한다. 국방연구원, 한국경제발전전시관, 501정보대, 강서 군부지, 불광동 연구원 등 13개 사업지가 대상이다. 국유재산심의위원회와 세계유산영향평가 등 각종 사전 절차도 최대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개발제한구역(GB) 해제 총량 예외 인정을 국무회의 등을 거쳐 추진한다. 서민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주택지구 조성 사업에 한해 5년 한시로 적용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다. 국토부도 "GB 때문에 못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속도전을 분명히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 물량은 추가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토부는 주거 비율과 용적률, 공원 조성 문제를 함께 검토해 공급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투기 방지를 위해 해당 지구와 주변 지역은 29일 즉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과천의 경우 주암동 전체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상 거래 280건을 선별해 거짓 신고와 편법 증여 등 불법 의심 거래를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에 의뢰할 방침이다.

◆"국가 자산, 수도권만 위해 쓴다" 쓴소리도

문제는 이번 공급 계획이 균형발전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유휴부지와 노후청사 등 국가 전체의 자산을 수도권 주택 공급에 집중 투입하는 방식에 대해 지역에서는 "수도권 거주자를 위해 국가 자산을 편중 사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 주택 공급은 인프라 확충을 부르고, 인프라는 다시 인구 유입을 촉발해 수도권 비대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출발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23일 울산에서 "수도권 집중은 국가 생존의 위협"이라고 경고한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나온 대책이라는 점에서 정책 신뢰성 문제도 거론된다.

이영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시회장은 "차별적인 지방만의 정책을 내놔야 한다. 행정부가 수도권 표심만 관리하려는 정책을 내선 안된다"며 "행정부에서 관점을 바꾸지 않는다면 지방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이런 주택 정책이 청년과 신혼부부의 서울 집중을 더 부추길 것"이면서 "여건이 더 좋은 곳에서 살고자 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서울 도심지에, 그것도 많은 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에 주택을 대량 공급한다면 주택 가격은 잠시 안정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곳의 정주환경과 일자리를 흡입하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주택을 공급하는 만큼 지역에서도 정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어나 균형 잡힌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평 국토부 주택공급정책관은 "집값 상승과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주택 공급이 국가적으로 시급한 상황"이라며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땅을 모두 동원한 전례 없는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 균형 발전은 또 다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밝혀, 수도권 집중 완화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정부는 29일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인
정부는 29일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인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공개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도심의 공공부지와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해 총 6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기로 한 마사회 소유의 경마장 부지의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