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4심제는 위헌소지' 소신발언 화제…"4심제, 국민 고통 키워"
오는 2월 33년 법관 생활 마치는 진 원장 ""고향에서 오래 일해 보람 느껴"
"법관은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인권을 수호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국가권력과 대중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심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 달 퇴임을 앞둔 진성철 대구고등법원장(61·사법연수원 19기)은 지난 26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사법부 독립성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강조했다.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이른바 '법 왜곡죄' 도입 등 여권의 사법제도 개편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는 법관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로 "국가권력이나 여론에도 흔들리지 않는 재판"을 꼽았다.
진 원장은 이미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다시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진 원장은 "헌법상 사법권은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속하는데, 재판소원제는 이 헌법 체계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4심 프레임은 잘못됐다"고 반박했지만, 진 원장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국정감사장에서 고법원장이 정치권의 공세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굽히지 않은 장면은 이례적이었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법관의 양심에 부합하는 말을 했을 뿐"이라며 "지금 같은 사법 환경에서 4심제가 도입되면 대부분의 사건이 헌재까지 가게 될 것이고, 이미 과부하 상태인 헌법재판소는 물론 송사에 휘말린 국민의 고통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 원장은 현재의 사법 환경을 "법관의 독립성이 여러 방향에서 시험받고 있는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헌법은 국민에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법관은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감과 불굴의 용기를 갖고, 어떤 장애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구 달성 출신으로 능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진 원장은 1993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33년간 법관으로 재직했다. 이 가운데 27년을 대구에서 근무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대구고법 수석부장판사, 특허법원장을 거쳐 2025년 2월 대구고법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고향에서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보람 있다"며 "대과 없이 고법원장으로 퇴임하게 된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대구고법원장 재임 기간 동안 '신속한 재판'과 '지역과의 소통'을 사법행정의 두 축으로 삼았다. 동일 재판부 담당 기간을 재판장 3년, 배석판사 2년으로 유지해 사건 심리의 연속성과 속도를 높이려 했다. 전국 고등법원 가운데 가장 많은 판결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도 진 원장 재임 중 이뤄진 변화다. 그는 "판결문 공개는 국민과 법원을 잇는 가장 직접적인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인턴십 운영, 다문화가정 초청 행사, 지역 대학과의 공동 학술세미나 등 지역 밀착 프로그램도 잇따라 도입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의 '안동지방법원 승격'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경남권은 인구 약 800만 명에 부산·울산·창원 등 3개의 지방법원이 있지만, 대구경북은 인구 약 500만 명에 지방법원이 하나뿐"이라며 "경북 북부권 사건 수는 울산지법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민들의 사법 접근성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지법 승격 문제는 10년 넘게 공론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건의 복잡화와 기록 증가로 인한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법관 증원이 출발점"이라면서도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동일 법관이 담당하는 사무분담 장기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정기 전보 인사 관행으로 인해 사무분담 장기화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법관 의사에 반하는 전보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후배 법관들에게는 "헌법상 신분이 보장된 인권 수호 기관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며 "치열한 업무 속에서도 건강과 여가를 챙기며 균형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대구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