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재학 교수 "국회 정쟁 탓,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 건설 늑장…회의도 못 열어"

입력 2026-01-27 19:14:35 수정 2026-01-27 19: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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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건설 정부 추진위 맡은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 공학과 교수
국무총리 산하 고방위원회 지난해 출범…국회 추천 위원 4명 공석
고준위 방폐물 포화에 중간·최종 처분시설 부지 분리 제안도
정부, 원전 신규 건설…동남아 등 원전 수출 신규 공략 필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가능…사용처 불분명 시 핵 비확산 오해 소지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26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26일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원전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핵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폐기물 처분 시설 부지 선정 절차는 시작도 못 했습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위원회 국회 몫 위원 추천조차 안 되면서 회의도 열 수 없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고방위) 정부 추천 위원을 맡게 된 정재학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시급한 고준위 방폐물처리장(방폐장) 건설이 국회 정쟁으로 지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방사능 농도 및 열 발생률에 따라 저·중·고준위 폐기물로 구분되고 별도의 처분시설이 필요한데 특히 고준위 방폐장은 건설 시작도 못한 상태다.

오는 2030년 원전 내 임시저장고 마저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방폐장 부지 선정을 논의하는 고방위는 아직 국회 몫 위원 추천이 되지 않아 위원회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야 정쟁에 고방위원 추천 지연

정 교수는 지난 26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1월 초 고방위원으로 위촉됐지만 아직도 국회 추천 몫 위원이 없고, 상임위원도 임명 절차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회의를 열 수 있는 성원 수조차 안 된다. 고방위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고방위가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업무로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과 2026년도 말까지 제3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 수립을 꼽았다. 또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계획을 심의·의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 교수는 이번 신규 원전 건설로 발생할 핵폐기물 증가에 대해선 "과거와 달리 대형 원전은 60년 사용이 가능한 습식 저장고를 반영해 짓는 만큼 당장 고준위 방폐장 부재에 영향받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적 우려가 나오는 원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고 포화에 대해 외국처럼 고준위 방폐물 중간처분 시설과 최종처분 시설 부지를 달리하면 대응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 원전 수출 재개…재처리 핵연료 사용처 명확해야

정 교수는 이번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원전 산업 활성화 신호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무리한 탈원전을 추진했던 것처럼 하지 않고 기존 원전 건설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현상 유지 수준의 메시지로 읽힌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신규 원전 건설을 계기로 원전 산업 수출 재개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그는 지난 체코 원전 수출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 계약금 관련 논란을 거론하면서 "일반인 입장에서는 정확한 팩트보다 다소 모호하게 다가온다. 불공정하다는 등 의견이 있지만 과거에서 벗어나 이미 체결된 계약 한도 내에서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도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분위기인 만큼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추가 협상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미국 시장 또는 유럽, 동남아시아 등 신규 시장에 진출을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한국의 원전 건설 기술과 함께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 기술도 상당 수준이 올라와 있다고 평가했다. 방폐물과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하고 운반하고 최종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원전과 패키지화해서 수출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또 한미 정상회담 결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길이 열렸지만 이후 사용처에 대한 정리가 없는 점을 우려했다.

정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간이 10만 년인데 재처리하면 기간이 굉장히 짧아진다"며 "다만 재처리 후 우라늄과 플루토늄 분리 시 사용처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그냥 쌓아놓겠다는 것인데 핵 비확산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고 직접 영구 처분하겠다고 국가 정책 방향을 세워놨다"며 "재처리를 할 경우 법률 체계에 따라 다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