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예탁금·신용거래융자 잔고 사상 최고치
VKOSPI도 상승 중…주식시장 비정상성도 평균 이탈
단기 변동성 따른 조정 가능성 ↑
코스피가 '오천피'(코스피 5000) 시대를 맞은 가운데 사상 최고치를 찍은 빚투(빚내서 투자)를 비롯해 투자경고 종목 급증,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수들의 상승까지 곳곳에서 과열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18.41% 상승한 4990.07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95.91% 상승한 수치다.
코스피는 지난 22일 역사적인 5000포인트를 달성한 뒤 5000포인트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코스피는 장 중 사상 최고치인 5023.76까지 치솟았다가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 중이다.
증시가 단기간에 거침 없이 상승하자 증시의 과열 정도를 가늠하는 각종 지표들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9조821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27조원대이던 신용잔고는 지난 20일 29조58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9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투자자의 빚투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지표로 꼽힌다. 이는 지수 상승기에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투자자예탁금 역시 급증세하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96조3317억원으로 사상 처음 96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월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2조7981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그 규모가 늘었다.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변동성지수(VKOSPI)도 상승하고 있다. 보통 VKOSPI는 증시가 급락할 때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최근 코스피 상승세에도 VKOSPI가 상승하는 이례적인 구간으로 평가된다.
지난 23일 기준 해당 지수는 34.09로 한달 전(26.11) 대비 9.98포인트 올랐다. 이는 올해 들어 내내 30선 위에서 움직였다. 과거 VKOSPI가 한 달 이상 30선을 유지한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서브프라임 사태 등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던 국면에 국한됐다.
통상 VKOSPI 지수가 40선까지 올라오면 시장에서는 공포 구간으로 인식한다. 현 수준이 당장 패닉셀(Panic Sell·공황 매도)로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 가능성과 대외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그만큼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의 비정상성을 측정하는 '터뷸런스지수'가 과거 평균 대비 2표준편차에 해당할 만큼 일상적 움직임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수는 자산 간의 상관관계와 수익률 변동성이 과거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구성을 보면 특정 섹터의 수익률만 매우 높고 섹터 간 상관관계가 낮아지는 디커플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터뷸런스 지수가 높아질수록 수익률의 변동폭이 커지고 하락 위험이 증가하는 역의 관계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달 국내 증시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상장사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곳은 11개로 전년 같은 기간(6개)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곳은 38개로 지난해(14개)보다 2.7배 늘었다.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순으로 강도가 높아지며 단계가 오를 때마다 매매거래 정지나 신용거래 제한 등의 불이익이 따른다. 한국거래소는 시장경보 종목들에 대해선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태이므로 추격 매수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단기 과열 신호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나 전주 코스피는 장중 5000선을 돌파하며 사상적 기록을 세운 뒤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간 만큼 이벤트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비롯해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빅이벤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5000 돌파 이후에는 수급 부담과 차익 실현 압력이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는 향후 조정장에서 손실을 키울 수 있는 만큼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종 연구원은 "현재 지표의 높은 수준은 차익실현 압력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단기적으로 1월 말 주요 반도체 기업의 4분기 실적 발표와 전망이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