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마경대 기자]금양정사 화재, '복원'은 시작이 아니라 과제다

입력 2026-01-25 14: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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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대 기자
마경대 기자

24일 오전 10시 25분경 경북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에서 발생한 주택 화재로 경북도 유형문화재인 금양정사가 관리동 일부를 제외하고 소실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재가 불길에 사라져 지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금양정사는 조선 전기 문신 황준량(黃俊良, 1517~1564)이 만년에 학문을 닦고 뜻을 숨기기 위해 16세기 중반 건립한 정사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병자호란 당시 화재로 한 차례 소실됐다가 1701년(숙종 27년) 풍기군수 홍경렴과 황준량의 후손들이 협력해 중건했다. 이후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쳐 현재까지 유지돼 왔다.

황준량은 퇴계 이황과 학문적으로 교유한 인물로, 퇴계가 "막역한 친구와 같다"고 표현할 만큼 학문적 깊이와 인품을 인정받았다. 그는 학문을 개인의 출세 수단이 아닌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으로 인식한 실천적 선비로 평가받는다.

단양군수 재임 시에는 흉년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명종에게 '단양진폐소'를 올려 세금 감면과 공물 부담 조정을 이끌어냈다. 성주목사 재임 중 47세의 나이로 별세하자 퇴계 이황은 "하늘이 어찌 이리도 빨리 데려가는가"라며 통곡했고, 직접 그의 행장을 써 내려갔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황준량 선생은 학문과 인품, 삶의 태도 모두에서 깊은 존경을 받던 인물이었다. '청빈'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비이자 목민관이었다.

그러한 선생이 생전에 반드시 완성하고자 했던 금양정사가 이번 화재로 원형을 잃게 됐다. 금양정사는 단순한 건물의 소실이 아니라 한 시대의가치와 정신이 머물던 자리였기에 더욱 안타깝다.

문화재 관리 체계와 화재 대응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목조건축물 중심의 전통 문화재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영주시 문화재 시설 담당자는 "500년 된 문화재가 소실돼 매우 안타깝다"며 "경북도와 협의해 관련 절차를 거쳐 복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과제는 단순한 원형 복원 여부를 넘어선다. 사료와 기록, 기존 도면을 토대로 한 복원 가능성 검토는 물론, 복원 범위와 방식, 관리 주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문화재 복원은 물리적 재현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양정사 화재는 한 문화재의 소실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지역 문화유산 관리와 보존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요구된다. 복원은 출발점일 뿐이다. 진짜 과제는 그 이후에 있다. 이번 화재가 지역 문화유산을 어떻게 지키고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