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곳"…CGV대구아카데미점, 60여 년 추억 안고 영업 종료

입력 2026-01-23 20:41:56 수정 2026-01-23 20: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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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대구아카데미, 23일 '만약에 우리' 마지막 상영
스파이더맨·벚꽃나무 조형물…대구 시민들에 상징적 장소
대학생부터 모자 관객까지 저마다의 추억 얽힌 공간
독립·예술영화 상영 아트하우스, CGV대구점에서 운영

23일 오후 6시에 방문한 CGV대구아카데미점. 입구의 스파이더맨 조형물은 이곳의 상징으로 대구 시민들에게 상징적인 장소다. 최현정 기자
23일 오후 6시에 방문한 CGV대구아카데미점. 입구의 스파이더맨 조형물은 이곳의 상징으로 대구 시민들에게 상징적인 장소다. 최현정 기자
23일 오후 6시에 방문한 CGV대구아카데미점에는 영업 종료를 아쉬워하며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켰다.
23일 오후 6시에 방문한 CGV대구아카데미점에는 영업 종료를 아쉬워하며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켰다.

"이곳은 오늘 마지막으로 본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등장하는 '집'과 같은 공간이었어요"

1961년 아카데미극장으로 시작해 60여 년간 대구 시민들의 추억의 장소가 된 CGV대구아카데미점이 23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23일 오후 6시에 방문한 대구 중구의 CGV대구아카데미점에는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켰다. 매표소 곳곳에는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이날 마지막 상영 영화는 오후 8시30분~10시30분의 '만약에 우리'였다.

전민지(19) 씨는 마지막 날 이곳에서 본
전민지(19) 씨는 마지막 날 이곳에서 본 '만약에 우리' 영화표 뒷면에 일기를 남기며 이곳에서의 추억을 정리했다.

이곳에서 만난 올해 성인이 된 전민지(19) 씨는 이곳이 처음 영화를 좋아하게 해준 공간이자 꿈을 갖게 해준 곳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여기서 처음 심야 영화로 '해피투게더'를 보고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라며 "이후로도 좋아하는 영화를 많이 상영해줘서 영화를 볼 때는 항상 아카데미점에서 본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과를 준비했는데 입시 기간 동안 힘들 때 이곳에서 영화를 보고 나도 영화 일을 하고 싶다고 다시금 깨닫게 해준 의미있는 곳이었다. 마지막 날에 이곳에서의 추억을 정리하면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오게 됐다"고 했다.

오는 1월 28일(수)부터는 대구 북구 침산로에 위치한 CGV대구점 8관이 아트하우스 상영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리틀 아멜리'를 보러 온 이은영(60)·박동주(31) 씨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몇년 간 이곳에서 영화를 보며 추억을 쌓아왔다.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추억의 공간을 찾기도 했다. '리틀 아멜리'를 보러 온 이은영(60)·박동주(31) 씨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몇 년 간 이곳에서 영화를 봐왔다. 이들은 "주로 아트하우스에서 상영하는 예술 영화를 보고, 영화가 끝나면 벚꽃나무 조형물 아래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둘 사이가 더 친해진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어머니 이은영 씨는 "60여 년 동안 한자리에 있던 공간이라 가슴 깊이 남아있어 이 장소가 건물이 아니라 사람처럼 느껴진다"라며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사람과 헤어지는 느낌처럼 며칠 동안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23일 대구 중구 CGV대구아카데미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현정 기자
오는 1월 28일(수)부터는 대구 북구 침산로에 위치한 CGV대구점 8관이 아트하우스 상영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곳은 대구 지역 CGV 중 유일하게 독립·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아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지점이었다. CGV의 공지에 따르면 오는 1월 28일(수)부터 대구 북구 침산로에 위치한 CGV대구점 8관이 아트하우스 상영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 CGV대구아카데미점의 모태인 아카데미극장은 1961년 2월 중구 남일동에 개관했다. 이후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2000년대 프리머스, 롯데시네마 등이 위탁 운영해오다 CGV가 2014년 인수해 운영해왔다.

최근 영화관들의 폐업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성장과 함께 흥행작 부재, 관객 감소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아카데미점의 폐점으로 동성로에는 CGV 영화관으로 대구현대점과 대구한일점만 남게 됐다.

23일 대구 중구 CGV대구아카데미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