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돗물 '퀄리티' 바뀔까…취수원 이전 대신 취수 방식 바꾼다

입력 2026-01-23 18:46:13 수정 2026-01-23 20: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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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서 '낙동강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
대구취수원 이전 대신 '강변여과수·복류수' 통해 대구 수질 높일 예정
토론자들 "대구 시민 수용성이 가장 중요해"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낙동강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가 개최됐다. 대구시 제공

수십 년간 대구 시민들의 골칫덩이었던 '먹는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됐다. 정부가 기존 낙동강 상류(구미 해평 취수장·안동댐) 취수원 이전안 대신 수질 개선을 바탕으로 한 '강변여과수·복류수' 활용 의사를 밝힌 가운데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변여과수·복류수로 수질 높일 수 있어"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낙동강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에는 이형섭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과장(낙동강 맑은 물 공급 사업 경과 및 정책방향)과 맹승규 대한환경공학회장(안전한 먹는 물 확보 위한 기술 동향) 의 발제가 각각 이뤄졌다.

이형섭 과장은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유출 사고에서부터 이어져 온 낙동강 물 문제의 역사를 소개했다. 각종 수질 사고 때마다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는 불거졌으나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 상류인 구미 해평취수장, 안동댐 등이 취수원 이전지로 최근까지 검토돼왔으나 지역 갈등 문제와 낮은 경제성 등을 이유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는 "전국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강변여과수·복류수를 도입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댐 수준의 1등급 원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낙동강 수질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조 원인 물질인 총인 저감 강화, 폐수 관리감독도 더욱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맹승규 회장은 강변여과수와 복류수의 원리와 장단점에 대해 설명했다. 강변여과수는 강과 20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우물을 설치해 취수하고, 복류수는 강바닥을 5m 안팎으로 파낸 뒤 하천 바닥의 모래 자갈층 속을 흐르는 물을 채수한다. 두 방식 모두 물이 모래·자갈층을 통과하면서 자연적으로 오염 물질이 걸러진 물을 취수할 수 있다. 하천수를 직접 취수하는 것보다 강변여과수·복류수의 수질이 상대적으로 더 좋을 것이란 게 맹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지하수 오염이 발생할 경우 강변여과수는 스스로 정화가 어려워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지하수가 일정 비율 섞이기 때문에 인근 지역에 수위 저하 등 민원이 생길 수도 있다"며 "복류수의 경우 강변여과 대비 체류시간이 짧아 수질 개선 폭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고, 수질사고가 났을 때 대응시간도 짧을 것"이라고 했다.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낙동강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가 개최됐다. 대구시 제공

◆낙동강 수질 개선이 곧 대구 물 산업 발전 분기점

이어진 토론에서는 '강변여과수·복류수'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여 나왔다. 이들은 대구 시민들의 수용성을 핵심 과제로 꼽으면서도, 대구 물 문제가 해결될 경우 지역 물 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광익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정책분과장은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안동댐으로 취수원 이전)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으며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이 좌초됐던 것은 낙동강 본류 수질개선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낮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대안도 시민들에게 먼저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두일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은 강변여과수·복류수 도입 시 수도세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예측하며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구시에서 전문 인력을 채용해 AI·디지털트윈 등 스마트 운영 방식을 도입한다면 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지향 국회물포럼 운영위원은 여러 차례 대구 물 정책이 바뀌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시민들의 의사 확인을 위한 '주민 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대안이 계속 바뀌었던 만큼 시민들이 추진 동력을 만들어줘야 하는 시점"이라며 "낙동강의 수질 개선도 함께 이뤄진다면 한강의 기적에 이은 '낙동강의 기적'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표 한국물환경학회장도 "대구가 지금 물 문제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해결하는 것을 넘어 조금 더 높은 이상과 목표를 제시한다면 대구 시민들도 더욱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며 "강변여과수·복류수 방식도 명확한 수치를 앞세워 시민들을 설득해야 불신을 제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대성 경북대 환경과학기술연구소장은 "강변여과수·복류수 도입은 대구시가 필요로 하는 수량과 수질을 안정적으로 담보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추진돼야 할 방안"이라면서도 "이번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에서는 이미 검증되고 실제 운영 중인 공법을 기반으로 해야 하고, 돌발사고 발생에 따른 시나리오도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재옥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 추진단장은 "이번 정부의 대안이 대구가 필요한 '전량' 확보를 목표로 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시민들의 기대 수준이 지난 3년간 안동댐 수질 기준에 맞춰져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각별한 당부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정부 측 실무 담당자인 김효정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향후 관련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오는 5월부터 타당성조사와 함께 파일럿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댐 수준의 수질이 가능하면 2029년부터 일부 취수를 해 2032년까지 60만톤 목표량을 달성하겠다"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대구가 첨단 물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비전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23일 국회의원 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낙동강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토론회'가 개최됐다. 왼쪽에서부터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갑),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갑).대구시 제공

◆정부·국회·지자체 "이번에는 대구 물 문제 해결돼야" 한 목소리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김상훈(대구 서구)·유영하(대구 달서구갑)·우재준(대구 북구갑) 의원도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김상훈 의원은 "1991년 페놀 사태가 터진 이후 안정적이고 깨끗한 식수원 확보는 1천300만 영남인들의 염원과도 같다"며 "이번 정부의 대안을 듣고 굉장히 신뢰할 만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영하 의원은 "물 문제는 이념·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맑은 물을 먹는다는 것은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라며 "대구 시민들이 갖고 있는 간절한 열망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전문가분들도 과학적인 검증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토론회 내내 자리를 지켰던 우재준 의원은 "상류댐으로 취수원 이전과 비교했을 때 수질이 문제가 없는지, 사고가 났을 때 대응 방안은 충분한지 더 구체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주민들에게 이 내용을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은 정치인의 몫인 만큼 저 역시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안이 또 다른 시간만 허비하는 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타당성 조사 과정 등 진행 과정을 시민들께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강변여과수·복류수 도입을) 바로 강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대구 시민들이 충분히 신뢰 가능성이 있겠다고 하면 추진할 것"이라며 "한강 수질만큼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는 걸 목표로 해서 원수, 취수, 정수 세 군데의 안전망을 훨씬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