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기회" vs "비용 부담"…증권가, 거래소 24시간 체제 추진에 '동상이몽'

입력 2026-01-21 11: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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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거래 시간 12시간으로…내년 말까지 24시간 목표
대형사 "수익 확대 기회"…중소형사 "인프라·인력 비용 부담"
증권 노조, 강경 반대…개인투자자들도 피로감 호소해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오는 6월부터 주식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고 내년 말까지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에 나서기로 하면서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수익 확대를 기대하는 반면 중소형사는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등 업계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오는 6월부터 정규장과 별도의 프리마켓(오전 7~8시)·애프터마켓(오후 4~8시)을 도입해 주식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확대한다. 내년 12월까지는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정규장 개장 전 시간 외 종가 매매(오전 8시 30분~8시 40분)와 장 마감 이후 시간 외 종가 매매(오후 3시 40분~4시)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장 개시 전 시간 외 대량·바스켓·경쟁 대량 매매는 기존 오전 8~9시에서 오전 7~9시로 늘어나고 장 종료 후 시간 외 대량·바스켓 매매도 오후 3시 40분~6시에서 오후 3시 40분~8시로 변경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두고 나타난 시장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먼저 업계에서는 대형사의 '수익 확대 기대'와 중소형사의 '비용 부담'으로 나뉘었다.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해외 주식 데스크가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데다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할 당시 프리·애프터마켓에 필요한 인력과 전산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뒀기에 거래 시간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거래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매매 기회가 많아지니 수수료 등 수익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거래 시간 변경에 따른 인프라·인력 측면에서의 대응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전산 설비 투자와 보안 인력 확충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에 난색을 표했다. 특히 야간 시간대 전산 장애나 미국 시장 급변동에 따른 접속 폭주에 대비해 실시간 모니터링 인력을 상시 배치해야 하는 점도 경영상 큰 압박이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단기간 내 거래 환경을 구축하기 어려움이 있다"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비용을 들이기도 부담"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거래 시간 연장 찬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논의 동향과 과제' 보고서에서 "거래 시간을 연장할 경우 국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향상함으로써 시장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시장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시장 유동성이 시간대별로 분산됨으로써 가격발견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부정적 효과도 발생할 수 있지만, 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거래시간을 지금보다 더 길게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처럼 거래 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거래소 측도 거래 시간 연장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 유치 경쟁에 대응하고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과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NYSE Arca), 나스닥, 런던, 홍콩거래소 등이 24시간 거래체제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우리 시장의 유동성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고 글로벌 증권시장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노동계에서는 '결사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는 오는 22일 '증권 거래 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며 거래소 노조는 1월 중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노조위원장은 "거래소의 거래 시간 연장안은 노조·업계와 공식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 회원사이자 주주들을 등지고 일방적 소통, 갑질을 하고 있다"며 "노조에서는 '반대' 입장을 일관되게 내고 있지만, 마치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여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국에서 강행하면 사측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는데, 비용 부담도 문제지만,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피해가 더 막심하다"며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것은 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에 뺏긴 수익을 되찾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도 거래 시간 연장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거래 시간 연장 관련 설문 결과 약 80%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반대했다"며 "230년 이상의 주식시장 역사를 가진 미국이 24시간 거래체제를 구축한다고 70년밖에 안 된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것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 대표는 "거래 시간이 24시간으로 늘어나면 더 오랜 시간 동안 모니터링해야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상당히 커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불공정거래 척결 등 공정한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며 외형만 키우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한편, 거래소는 오는 22일 51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거래 시간 연장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