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강우 시인·소설가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3 '불과 재'는 1,2편과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스케일과 장쾌한 서사, 그리고 거시적 세계관으로 세인의 눈길을 끈다. 러닝타임 197분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시퀀스 하나하나가 빛살처럼 쾌속, 엔딩 크레딧이 뜨고서야 이곳이 극장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정도이다. 아바타 시리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재미는 있지만 철학이 빈곤하다는 선입견을 불식시켰다.
영화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엔 여러 종족이 있다. 나비족, 산호초 부족, 바람의 부족, 재의 부족 등이다. 항용 그렇듯이 이들 부족에게도 '족장'이 있다. 여기서 흥미를 끄는 건 거대한 고래를 닮은 해양생명체인 톨쿤이다. 놀라운 건 열외로 여겼던 그들 또한 지능과 감성이 있을 뿐더러 인간 못잖은 아니, 인간의 그것보다 더 엄정해 보이는 도덕률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인간 세력의 무차별 공격으로 패망 위기에 처한 원주민들은 톨쿤족을 찾아갔다. 거기서 의표를 찌르는 장면이 펼쳐진다. 나비족과 산호초 부족의 성원들 모두 톨쿤의 우두머리를 족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족장님을 봅니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인사말이다.
이 세상의 복잡다단한 인사법 전부를 저런 식으로 통일하면 어떨까. (꼴찌를 더 챙기는 멋쟁이) 담임선생님을 봅니다. (5층까지 걸어 올라온 고마운) 배달기사님을 봅니다. (언제나 사람 좋게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세탁소 사장님을 봅니다. (울상을 지으며 성적을 묻는 친구에게 성적을 하향 조정해 말하는) 민수님을 봅니다. (아무리 추워도 새벽같이 나와서 거리를 단장하는) 환경미화원님을 봅니다. (말만 잘 하면 옜다, 한 개 더 넣어 주시는) 붕어빵아주머니를 봅니다. (이렇든저렇든 말끝엔 언제나 많이 먹고 힘내라는) 국밥집 욕쟁이할머니를 봅니다. (빵조각을 길고양이에게 나눠주는) 노숙자님을 봅니다. 어디 그뿐일까. (떨어진 꽃을 방석으로 재활용하는) 배롱나무님을 봅니다. (쓰다 달다 말이 없는) 바위님을 봅니다. (자존심을 꼬리깃에 감추고 벤치 주위를 어정거리는) 비둘기님을 봅니다. (얻어먹고도 모른 체하는 도도한) 길고양이님을 봅니다. (소복소복 별을 달고 계신) 꽃댕강나무님을 봅니다. (구름 엉덩이를 찌르는 재미가 쏠쏠했던 시절을 회고하는 공원의) 소나무님을 봅니다.
봅니다라는 말은, 인식하고 감상하고 판단하는 그 모든 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특별할 것도 없는 그 말에 마음이 움직인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 보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본다는 것. 숨김없는 실체를 대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에는 그런 기미가 보인다. 나는 그동안 '뒷담화'에 어지간히 지친 게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