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입시서 사탐런 현상 더욱 구조화될 전망
일각 "고교·대학 교육 연계 불일치 조장" 지적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유례없는 '사탐런' 현상이 나타나며 입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사탐런이란 자연계 학생이 과학탐구보다 상대적으로 공부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를 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자연계 응시생들이 사탐런을 통해 수시 또는 정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향후 이러한 현상이 입시 전략으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선택과목 제한 완화에 사탐런 최대
2026학년도 수능에서 탐구 영역을 응시하는 수험생 가운데 사탐을 선택한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서 사탐만 선택한 지원자는 32만4천405명(61.0%)으로 지난해(26만1천508명) 대비 24.1% 급증했다. 사탐 과목 1개와 과탐 과목 1개를 선택한 지원자는 8만6천854명(16.3%)인데, 이 역시 전년(5만2천195명)보다 66.4% 뛰었다.
사탐 과목 1개 이상 선택한 지원자는 41만1천259명으로, 전체 탐구 영역 지원자의 77.3%에 달했다. 지난해 수능(62.1%)보다 15.2%포인트(p) 증가한 수치이자, 2018년 사탐 9과목 체제가 도입된 이래 최고치다. 2027학년도 수능을 보는 현 고2에선 이 비율이 80%대를 기록할 것으로 입시 업계는 전망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대 등 주요 상위권 대학이 그동안 자연계 수험생에게 내건 과탐 응시 조건을 2025학년도 대입부터 폐지한 데다, 과탐 응시자에 대한 가산점 영향이 줄어든 탓이 크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수시 지역균형 전형에서 탐구 과목 선택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에 사탐을 택한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이 늘면서 2026학년도 서울대 수시에서 의예과·첨단융합학부 등 기존 인기 학과 경쟁률은 줄어든 반면 자유전공학부 경쟁률은 올랐다. 고려대·부산대·경북대 등 주요 대학은 2026학년도 정시부터 자연계 학과뿐 아니라 의대에서도 탐구 지정 과목을 없애 사탐 응시자의 지원이 가능해졌다.
2027학년도 입시에선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대학이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도 자연 계열 학과 지원 시 수능 최저 충족 여부에 사탐 과목을 인정하기로 했다.
◆실질적인 입시 승리 전략으로 작용
2026학년도 대입 정시 원서접수가 마무리된 가운데 자연계열 수험생들 사이에서 사탐런이 실질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우선 사탐 응시생이 늘어나면서 1, 2등급을 확보한 인원이 증가해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기 유리했다는 것. 반면, 과탐 응시생은 줄어들며 자연스레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려워져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번 수능 사탐에서 2등급 이내에 든 수험생은 전년 대비 30.0%(1만8천375명) 증가했으나 과탐의 경우 25.3%(1만2천612명) 줄었다.
이뿐만 아니라 과탐을 선택한 자연계 응시생들이 정시 지원에서 불리하게, 사탐을 선택한 자연계 응시생들이 유리하게 느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도 나와 탐구 선택에 따른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19일 진학사가 자연계 수험생 98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과탐 2과목 응시생 436명 중 54.8%가 '탐구 선택이 정시 지원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답했다.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응답은 19.0%에 머물렀고, '큰 영향이 없었다'는 18.8%였다.
과탐 2과목 선택이 불리했다고 답한 수험생 가운데 57.7%는 '다시 선택한다면 사회탐구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탐과 과탐을 한 과목씩 보겠다는 응시생이 41.4%였고, 아예 사탐만 두 과목 치겠다는 사람도 16.3%에 달했다.
반면 이번 수능에서 사탐 2과목을 선택한 자연계 수험생(275명) 중 '탐구 선택이 정시 지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47.6%였다.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과탐 2과목 응시생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사탐 1과목과 과탐 1과목을 본 수험생(269명) 역시 38.7%가 이 조합이 정시 모집에 유리했다는 답을 내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불리함을 느낀 과탐 응시자의 절반 이상이 재도전 시 사탐 선택 의사를 밝힌 만큼 내년 입시에서는 사탐런 현상이 더욱 구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교·대학 교육 연계 불일치 우려도
교육부가 지난 2024년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는 전형을 운영하라'고 권고하면서 대학들이 자연계열 선택과목 제한을 폐지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과탐과 사탐의 공부량 차이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흐름이 과탐 응시생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51) 씨는 "과탐의 공부량이 사탐보다 두 배 정도 많은데 이런 식으로 선택과목 제한을 풀어버리면 누가 과탐을 선택하겠느냐"며 "이번 수능에서 사탐런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모습을 보고 이과생인 아들이 사탐으로 선택과목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에서 기초과학을 이수해야 할 이과생들이 사탐으로 쏠리면서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떨어져 교육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역의 한 교육 전문가는 "사탐런 전략으로 대학 자연계열 학과를 진학한 경우 물리, 화학 등의 과목을 따라가지 못해 다시 사교육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며 "물리, 화학 등 과탐 과목은 대학에서의 기초 학문과도 연결되는 만큼 사탐런이 대학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말만 첨단인재를 양성한다 해놓고 오히려 정책 방향은 진로·적성이 모두 배제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의 성향과 대학별 탐구 반영 방식, 과탐 가산점 여부 등에 따라 사탐런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과목을 공부하느라고 쏟는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경우 사탐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