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호 칼럼] 새로운 국제 질서

입력 2026-01-2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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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전 부장판사, 동대구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황현호 전 부장판사
황현호 전 부장판사

지금 힘을 우위에 둔 새로운 국제법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에는 주권평등의 원칙, 내정 불가섭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 무력사용금지의 원칙, 민족자결의 원칙 등이 국제법 질서의 근간이었는데 지금은 그 원칙이 많이 퇴색되고 있다.

미국이 베네주엘라 대통령 마두로를 체포하고, 그린란드 합병을 시도하며, 일방적 관세부과 정책을 취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동부지역 돈바스를 강점한 이래 4년째 장기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다른 나라의 산업기반시설을 잠식하고, 타이완을 무력으로 침공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법적 질서의 변화에 비추어 마두로 체포의 국제법적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자.

미국은 2026년 1월 3일 전격적인 군사작전으로 베네수엘라를 침공하여 대통령 마두로를 체포하고 미국으로 압송하였다. 이러한 체포에 대해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규탄하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미국은 합법적으로 마약 카르텔 범죄자 마두로를 체포하였다는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중국, 러시아 등 공산권과 좌파국가는 전자의 입장이고, 유럽 일본 등 자유민주 국가들은 후자의 입장이다.

우선 마두로의 체포가 불법이라고 보는 견해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마두로가 마약 관련 범죄인이라도 미국과 베네주엘라 간에 체결된 범죄인 인도 조약에 의해서 마두로를 체포할 수 있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마두로를 체포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지도자 선출은 자국 국민의 의사에 맡겨야 하고 미국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가 주권은 인정되는 것이지만 마두로가 과연 2024년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인지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의문을 받고 있다. 2024년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에서 65대 32로 마두로가 패배하였는데 개표가 끝나기 전에 선관위가 마두로 승리를 선언해 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선거무효 소송에서 마두로에 의해 장악된 대법원이 선관위의 편에 서서 마두로의 승리를 합법화였다.

다음으로 이번 체포작전이 국제법적으로 합법적이라고 보는 견해와 관련해선, 국제법적으로 1개의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서 합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전쟁을 제외하면 자위권과 인도적 간섭이 있다.

자위권(Self defense Rights)은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자기 국가의 안전을 위하여 상대방 국가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번에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것은 마두로를 체포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무력행사를 한 것이다. 체포 후에는 군대를 철수하였다. 베네수엘라로부터 선제적으로 무력적 공격을 받아서 베네주엘라 영토를 점령할 의사로 침공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공격이 자위권의 행사의 일환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인도적 간섭( Humanitarian intervention)은 어떤 나라가 인종 청소, 마약 밀거래, 집단 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하는 경우에는 다른 나라가 그 국가에 대해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논거이다. 이번에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한 국제법적 근거는 인도적 간섭이라고 볼 수 있다. 마두로를 위시한 베네주엘라 정부가 주도하여 마약을 미국에 밀수출한 혐의로 마두로는 미국 법정에 기소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과거 미국이 소유하고 있던 베네주엘라 내 유전 및 정유 시설에 대해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아무런 보상 없이 국유화 조치를 취한 사실도 있다. 또한 민주주의적인 선거를 거치지 않고 전자개표기를 통한 선거 조작을 하였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러한 불법적인 선거를 통해 중국의 도움을 받아 좌파정부가 집권을 연장하여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력을 사용하여 마두로를 체포한 것은 반인도적, 반민주적 범죄자를 제거하기 위한 인도적 간섭으로서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국제법적의 관점에서 위와 같이 설명하였지만 사실 찬반 양론 모두 허점이 있다. 국제법은 규범보다도 힘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법의 영역이다. 국제법, 헌법, 행정법 등이 대표적으로 공법인데 이러한 공법은 민법, 상법, 지적재산권법 등 사법에 비하여 역학관계가 많이 작용된다. 강대국이 요건에 맞지 않는 무력을 행사하더라도 합법이라고 하면 법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