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쌤의 리얼스쿨] 함께 한 일 년, 기억을 대하는 자세

입력 2026-01-2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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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 첫날을 기념하며 한 해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고 다이어리에 꼭 이루고 싶은 일들을 신중히 생각해서 기록을 해둔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어느 것을 했고 어느 것이 아쉬웠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문득 '나의 기억'과 '학생의 기억'이 같은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기억과 비슷한 의미의 '추억'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기억이 정보 자체에 초점을 맞춰 사실적인 내용을 회상하는 것이라면, 추억은 당시의 감정을 기반으로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같은 기억을 갖고 있지만 추억이 다른 경우도 많다. 2학기를 마무리하며 기억과 추억을 담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 많이 성장 했구나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을 보내자 시간이 2배속으로 흐른 듯 2학기가 빠르게 지나갔다. 통합교과 마지막 주제는 '기억'이었다. 지난 2학년의 학교생활을 되돌아보고 3학년이 되면 어떻게 생활해 갈지 생각해 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1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말하는 활동을 했는데 같은 행사였지만 각자 기억에 남는 장면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함께 학교생활을 해도 아이들의 기억과 추억은 각각 달랐다.

문득 아이들에게 학년을 마무리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수업 시간에 '우리 반 행복한 날'이라는 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날짜는 12월 31일, 2025년의 마지막 날로 정해졌다. 이날 첫 순서는 '꿈항아리 열어보기'였다. 지난해 3월 앞으로 어떻게 학교생활을 해나갈지 다짐과 2학년을 마친 자신을 칭찬하는 편지를 쓰고 '꿈항아리' 보관함에 담아 12월에 열어보기로 약속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쓴 편지를 보며 '내가 이렇게 썼구나'하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이어 친구들과 함께 한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칭찬 롤링 페이퍼' 활동을 하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주고받았다. 단순히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을 넘어, 어떤 이유로 칭찬해 주고 싶은지 상세히 말하고 서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우리 많이 성장 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서로의 성장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나눠먹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 시간도 아이들에게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기를 바라면서.

◆앞으로 우린 어떻게 성장할까

아이들이 각자의 기억을 긍정적인 의미로 재구성하도록 하기 위해 '그때 그랬더라면'이라는 활동도 진행했다. 대다수가 공부든 운동이든' 좀 더 열심히 해서 잘했더라면….'하고 생각을 했다. 무엇이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알고 있지만 예상보다 더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나도 그때 그랬었지' 하고 웃음이 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한 점과 노력할 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렇게 대견한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 자신이 어떻게 좀 더 잘했어야 했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해 발표하도록 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은 "아니야, 그 정도면 정말 열심히 잘한 거야"라며 격려하는 말을 나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서로 함께 성장해 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아마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우리는 또 한 뼘 더 성장해 나간다.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앞으로 아이들이 주어진 시간이라는 길 위에 각자가 선택하고 노력한 것들로 인생의 추억들을 채워나갈 것이다. 어떤 것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고, 어떤 것은 노력해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가급적 좋은 추억들이 안 좋은 기억을 이겨낼 힘이 되어 자신이 정한 방향대로 잘 성장해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런 좋은 추억을 나와 함께 했던 시간에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함께 한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학생들의 삶에서 학교 친구와 선생님은 함께 기억을 나누고 추억을 쌓아나가는 동반자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시간에 우리 아이들은 신나는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전 학년을 마무리하고 다음 학년을 맞이하기 위한 방학은 학생에게 있어 생활이나 학습 면에서 중요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알찬 방학생활을 통해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가길 바라고, 가끔씩 2학년 때의 추억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 짱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