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주형] 국립치의학연구원, 왜 대구여야 하는가

입력 2026-01-21 16:19:32 수정 2026-01-21 18: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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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사회부장
이주형 사회부장

지난해 10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구를 찾았을 때 엑스코 타운홀 미팅장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박세호 대구시치과의사회장이 손을 들고 일어나 "국립치의학연구원 후보지 선정이 정치적 고려가 아닌 공정한 절차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한 것이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2026년 용역을 거쳐 공모 절차로 입지를 정하겠다. 대구의 강점도 충분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이 법적 근거를 갖춘 지 2년, 이제 남은 것은 '어디에 세울 것인가'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단순한 연구시설이 아니다. 치의학 연구개발, 치과소재·부품·기술의 산업화, 표준화와 성과 확산까지 책임지는 국가 거점이다. 연구만 잘하는 도시가 아니라 연구가 산업으로 이어지고, 임상과 기업, 인허가와 수출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갖춘 곳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이미 '치의학 생태계'를 완성해 가고 있는 도시다.

대구는 비수도권 최대 치과 산업 도시다. 전국 치과 기업 수 3위, 생산액과 부가가치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10대 치과 기업 가운데 메가젠임플란트, 덴티스 등 굵직한 기업들이 대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지역 의료기기 수출의 80% 이상이 치과용 임플란트일 정도로 대구는 이미 세계 시장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연구원이 들어설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인근 의료 R&D(연구개발) 지구에는 치과 기업의 40% 이상이 집적돼 있어 '걸어서 협업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인프라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예정 부지 반경 700m 안에 전임상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 메디벤처센터 등 연구개발부터 사업화, 창업까지 잇는 전 주기 지원 체계가 이미 구축돼 있다. 여기에 한국뇌연구원, 질병관리청 경북권질병대응센터, 의료기술시험연수원 등 11개 국책기관이 모여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 R&D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들어서는 순간, 별도의 인프라 구축 없이도 즉시 국가 연구 허브로 작동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구다.

연구 인력 기반도 경쟁 도시 가운데 가장 탄탄하다. 경북대 치과대학을 중심으로 치의학과, 치위생, 치기공 분야 재학생만 2천 명이 넘는다. 기초에 치우치지 않고 기초와 응용이 균형 잡힌 치의학 국가 연구개발 수행 실적 역시 전국 상위권이다. 여기에 2028년 완공 예정인 치의학 융복합센터까지 더해지면 대구는 명실상부한 국가 치의학 연구의 중심지가 된다.

미래 경쟁력에서도 대구는 한발 앞서 있다. 인근 수성알파시티는 국가 AX(인공지능 전환) 4대 혁신 거점으로 지정돼 있으며, 대구시는 이미 '디지털 덴티스트리' 구축 사업을 통해 AI 기반 진료 지원, 치아 데이터 플랫폼, 디지털 치과 의료기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이 지향하는 미래 치의학은 데이터와 인공지능, 정밀의료의 결합이다. 이 변화에 가장 준비된 도시 역시 대구다.

무엇보다 대구는 하루아침에 이 유치전에 뛰어든 도시가 아니다. 2014년부터 10년 넘게 치과계, 지자체, 정치권, 시민사회가 함께 준비해 왔다. 법 제정 과정에서의 설득, 정책 연구, 시민 홍보, 전문가 심포지엄까지 일관되게 '국가 치의학 거점도시'라는 목표를 향해 걸어왔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는 정치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공정한 지표, 투명한 절차, 냉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치의학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