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26명·역대 최대 피해에도 실형 면해
법원 "예견 한계·인과관계 증명 부족"
지난해 3월 경북 전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2명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망자를 포함해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법원은 과실 범위를 넘어선 결과까지 형사책임으로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의성지원 형사1단독 문혁 판사는 16일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묘객 A(55)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과수원 임차인 B(63)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22일 의성군 안평면 한 야산에서 조부모 묘 주변에 자란 어린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불을 붙였다가 산불로 확산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같은 날 의성군 안계면 한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소각하던 중 불씨 관리에 소홀해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의성군 안계면과 안평면 두 지점에서 시작된 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인근 4개 시·군으로 빠르게 번졌다. 산림당국은 전국에서 차출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149시간 만에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이 산불로 의성과 안동 등 5개 시·군에서 사망 26명, 부상 31명 등 모두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피해 면적은 역대 최대인 9만9천289ha로 집계됐으며, 3천500여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와 B씨 모두에게 산림보호법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산불이 발생했고, 동시간대 다른 산불과 결합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면서도 "사건 당시 극도로 건조한 날씨 속에서 다른 산불과 결합해 대형화될 것까지 피고인들이 사전에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과 부상 등 인명피해를 피고인들의 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관 지으려면 상당한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하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명확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고의가 아닌 과실 범행인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을 두고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과 함께, 대형 산불에 대한 형사 책임 범위와 처벌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