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하영석] 북극항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입력 2026-01-20 10:21:13 수정 2026-01-20 11: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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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북극항로 선점전략이 2026년 대통령직속 '북극항로위원회' 설치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미 해양수산부 산하 '북극항로추진본부'가 구성되어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가 마련되었고, 민간 영역에서도 한국해운협회 산하에 '북극항로 TF'가 결성되어 기금 조성과 시범운항을 추진 중이다. 지역 차원에서도 부산시의 '북극항로 개척 TF', '여수광양항 북극항로 추진위원회', '경상북도 북극항로 추진협의회' 등이 잇따라 조직되었다.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현재 북극해 활용은 북극권 영토를 보유한 8개 회원국과 13개 옵서버(observer) 국가로 구성된 북극 이사회(Artic Council)에서 논의된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덴마크 등이 회원국이며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은 옵서버 국가이다. 북극항로의 핵심 루트인 북동항로(NSR) 약 5,600km 가운데 50% 정도가 러시아 영해에 속해 있으며 통항허가, 쇄빙선이용, 통행료부과 등 러시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기간에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한 중국이 북극항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북극항로 운항경험을 축적해 왔다. 러시아와 합의 하에 북극항로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연계한 '북극 실크로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뉴뉴쉬핑은 러시아의 로사톰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내빙성능을 갖춘 4,400TEU급 Arc7(2.1미터 두께의 얼음을 깨며 운항 가능한 등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하였다. 또한 극동북극개발공사와 공동으로 베링해 인근 추코트카 자치구 프로비데니야(Provideniya) 지역에 내빙선과 일반선박 간 컨테이너 환적이 용이한 항만·물류단지의 개발 협정도 체결하였다.

미국도 무역분절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해상패권 유지를 위해 북극항로를 전략적으로 다루고 있다. 북극해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상요충지인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영국을 연결하는 'GIUK 갭(해협)'의 통제력은 북극항로 관리, NATO 안보, MAGA 전략에도 영향을 끼친다. 더욱이 그린란드에는 세계 희토류의 3분의 1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광물·에너지 자원 확보에도 중요하다. 아울러 알래스카의 놈(Nome) 항만을 심해환적항만으로 확장해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일찍이 북극항로 연구에 매진해왔다. 1993년부터 해양정책연구재단(OPRF)을 중심으로 러시아, 노르웨이와 함께 국제북극항로연구(INSROP)를 시작했으며, JANSROP(I, II) 등으로 2015년 '일본의 북극정책'이 수립되었다. 이후 국가주도 프로젝트인 ArCS(I, II, III)를 통해 해빙 측정, 실증 운항 테스트 등을 지속하고 있다. 필자가 2005년 OPRF 초청으로 북극항로 국제컨퍼런스 참석했을 때, 일본이 축적해온 자료와 연구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북극항로를 '꿈의 항로'로 인식하고 일찍부터 국가 차원의 활용전략을 구체화해왔다.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은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늦었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북극항로 상용화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 북극해 빙하가 사라지고, 안정적인 상업적 운항이 가능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축적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 차원의 국제협력을 통해 북극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확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에 더해 실증 연구와 북극 시범운항을 통해 운항 기술과 경험을 단계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고가의 내빙 컨테이너선은 북극해 운항에 주로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베링해협과 'GIUK 갭' 인근 항만에서 환적을 고려한 선점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지정학적 위기, 극심한 기후변화, 환경 규제 등 극한적 불확실성이 북극항로에 상존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성과 위기 대응 능력이 항로 선점의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국제협력과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이다.

북방항로에 특화된 영일만항은 북극항로 중심 항만으로 개발되고 있는 일본의 토마코마이항, 알래스카의 놈항, 러시아 프로비데니야항과 연계한 발전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내빙선 기항에 필요한 항만 개발, 벙커링 시설, 수리조선소 설치와 북극해운정보센터 유치를 통해 북극항로 선도 항만으로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