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연준 청사 예산 문제 삼아 수사 개시
이면에는 트럼프와 금리 시각차 극한 대치
재무장관, 공화당 일부도 수사에 이견 표명
미국 중앙은행 수장과 대통령이 정면충돌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이례적인 충돌은 중앙은행의 '연방자금 유용' 의혹에서 비롯됐다.
이를 대외적으로 알린 건 파월 의장이었다. 그는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에 대한 지난해 6월 나의 의회 증언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지난 9일 받았다"고 밝혔다.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관련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비난할 때마다 꺼내든 카드다. 그는 "27억 달러였던 예산이 31억 달러가 됐다"며 공사비 증액 대목을 문제시했다.
수사 개시 소식에 공화당 일부 의원들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우려를 제기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케빈 크레이머 의원도 "파월 의장이 범죄자라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상원 은행위는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가 인준 절차를 밟는 곳이다.
'사실상의 보복'이라는 게 파월 의장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저항한 대가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온 터다. 기준금리를 1%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파월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연준은 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다. 현재는 3.50∼3.75%다. 이를 트집 잡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너무 늦은 사람'(Mr. Too late)이라 조롱했다.
시범 사례로 풀이될 수 있다. 5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 후임에게 "내 의견을 따르라"는 뜻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연준 의장이 누가 되든 (통화정책 결정에) 내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인사를 가차 없이 내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징조가 있었다. 통화긴축 성향인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전격 해임 통보한 적이 있다. 미 행정부가 제기한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씌웠다. 쿡 이사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현재까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인사로 채워지길 바라고 있다. FOMC는 연준 이사 및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뉴욕은 고정)으로 구성된다. 현재 연준 이사 7명 중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3명이다. 따라서 연준 후임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중 통화완화 성향을 가진 인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