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지방정책은 '자치분권을 기반으로 하는 5극(極)3특(特)'으로 요약된다. 5극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을 말한다. 3특은 제주·강원·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를 의미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5극3특으로 재편해 국가 균형성장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잠재성장률 3% 이상(현재 1%대), 비수도권 GRDP(지역내총생산) 비중(47~48%)을 50% 이상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극단적인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해야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한다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2015년 수도권 GRDP(50.1%)가 비수도권을 역전한 뒤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청년인구 53.9%가 수도권에 몰렸다. 국내 500대 기업의 본사 77%, 디지털 기술 기업의 76.5%가 수도권에 있다. 서울의 살인적인 집값 원인도 수도권 비대화다.
5극3특에는 큰 약점이 있다. 수도권 우위 구조가 더 고착될 수 있다. 5극3특의 권역별 핵심 사업을 보면 짐작이 간다. 수도권은 글로벌 금융·본사 허브 기능 강화, 동남권은 모빌리티·해양 산업 중심, 대경권은 첨단소재·바이오 클러스터 형성, 중부권은 국가행정·국방·AI 행정 특화, 호남권은 재생에너지·농생명 산업 육성 등이다. 수도권이 고부가가치 영역인 R&D, 금융, 인재의 허브 기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근본적으로 수도권을 5극에 포함시키는 게 잘못됐다. 진정성 있는 지방정책이라면 수도권을 제외하고 '4극3특'을 내놓는 게 맞다. 5극3특은 지방정책이라기보다 국토 운영 정책으로 이해된다.
5극 핵심 사업의 추진 주체도 불명확하다. 권역별 사업을 조율할 주체가 없다. 예컨대 호남권은 광주, 전남, 전북을 포함한다. 광역지자체 3곳이 핵심 사업을 두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광주와 전남이 통합하면 두 광역지자체는 조율이 되겠지만 전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 정부가 중앙 권력으로 개입하는 상황이 생긴다. 애초 의도인 자치분권을 통한 5극3특 전략은 공허해진다.
지금 필요한 건 강력한 '비수도권 지원 정책'이다. 수도권을 슬그머니 끼워 넣은 5극3특 지방정책은 얕은수다.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정부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을 기반으로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 성남시장을 시작으로 경기도지사, 인천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고향이 안동이지만 경북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수도권과 이해관계가 가장 밀접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수도권을 외면할 수 없다. 소속 국회의원 163명 중 서울(35명), 인천(11명), 경기(52명) 등 수도권 의원이 98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수도권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어렵고, 설사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당내 주류 의견이 되기 힘든 구조다. 강력한 비수도권 지원 정책이 아닌 어정쩡한 5극3특이 나온 배경으로 이해된다. 같은 이유로 현 정부 집권 동안 지방이 만족할 만한 정책이 나오기 쉽지 않을 거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등 행정수도 완성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듯한 건물을 세우고 가끔 가서 폼만 잡는 공간이라면 차라리 안 만드는 게 낫다. 거대 집권 세력의 진정성 있는 비수도권 정책을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