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공화국 버팀목이던 바자리 계층의 몰락
각종 밀수 통한 대외 수익, 국내 경제 직격탄
충성스러운 군대, 혁명수비대의 강경 진압
시위 진압 성공하더라도 고통 경감 카드 없어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보름을 넘기면서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단기간에 정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40년이 넘는 신정체제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배제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로 대두된다.
반세기 가까운 이슬람 정권의 근간을 흔든 핵심 요인들은 ▷민생고 ▷바자리 ▷혁명수비대 등으로 압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란 당국의 유혈 진압이 부른 참극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국이 개입 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권의 근간 흔든 핵심 요인들
①바자리 계층의 몰락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반정부 시위에서 전통적인 지지 계층인 '바자리'(Bazaari) 계층이 앞장 섰다는 점이 뼈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바자리 계층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성직자 계층에게 자금을 지원해 왕정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아파 성직자들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종교활동이나 공공 정책을 지원했다. 헌법수호위원회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그 대가로 이들의 기득권 수호에 도움을 줬다.
상무부가 감독하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시장 환율보다 낮은 공식 환율로 상품을 수입하고 시장가로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경제적 안정성을 대가로 정치적 충성을 제공했지만, 대외 제재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이런 계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②경제를 장악한 호슬라티
2000년대 이란 정부는 공공 부분의 비효율 극복을 명분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 혁명수비대(IRGC), 보냐드(이슬람 재단) 등의 산하 기업에 국가 자산을 이전하고 운영하게끔 했다. '호슬라티'(khosulati) 혹은 '공공 비정부기관'으로도 불리는 이들은 이란의 인프라와 석유화학, 금융 부분 등을 장악하며 지배적인 경제 행위자로 등극한다.
공식적인 통로로 대외 무역이 이뤄지지 않고 공공 비정부기관과 각종 밀수업을 통한 대외 수익이 중앙은행에 입금되지 않은 것은 국내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외환 부족, 환율 급등, 인플레이션 등 총체적 난국의 원인으로 꼽힌다.
③혁명수비대(IRGC)의 강경 진압
이란 당국은 이번 시위를 체제 전복 시도로 규정했다. 강경 진압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고지도자의 지휘를 받는 혁명수비대가 시위대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안보 수호는 레드라인"이라며 국가 이익, 공공재산 보호 등을 이유로 앞세웠다. 혁명수비대가 시위대를 겨냥해 조준 사격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잇달아 나왔다.
◆개입 저울질하는 미국
사상자 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최소 54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소 1만681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70시간 이상 외부 연락이 차단된 점을 감안해 사망자가 2천 명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을 여러 차례 경고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개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살해될 경우 이란이 가장 아파하는 곳을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이란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이란의 각종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온라인 반정부 여론 확산 지원 ▷추가 경제 제재 ▷군사적 타격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 고위관계자에게서 협상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그는 "협상이 열리기 전에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때문에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답해 미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은 협상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경우 보복하겠다고 맞섰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미국이 먼저 행동할 경우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벌인 '12일 전쟁'에서 방공망이 파괴된 이란이다. AP통신은 이와 함께 이란의 전쟁 개시 결정권이 있는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86세 고령인 점도 걸림돌로 거론했다.
이희수 계명대 실크로드연구원 특임교수는 "이란 지도부가 강경 진압 카드를 끌고 나오겠으나 국민들의 시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일지 미지수다. 이번 주말 정도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시위를 잠재워도 정권 자체적으로 지지층에 대한 고통 경감 카드가 사실상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