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뿌리 대구경북…산업 근대화의 기점
부침 속에도 이어진 상생·문화·스타트업 네트워크
AI 데이터 인프라로 동행 재정립 시험대
삼성과 대구경북의 동행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기로에 섰다. 모태기업인 삼성상회부터 인공지능(AI) 첨단산업의 전초기지인 데이터센터까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지역상생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지역의 인연은 제조업 부흥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한강 이남 최대 시장인 서문시장 인근에 삼성상회를 설립하고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이병철이 1938년 대구 서문시장에 차렸던 가게는 그가 세상을 뜬 1987년에 37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1954년 대구 북구 침산동에 설립된 제일모직은 산업 근대화를 이끈 주역이었다. 국내 최초 국산 양복지(정장 옷감)를 생산한 공장으로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자 경제 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이후 1980~90년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던 시기에는 구미가 전면에 등장했다. 삼성의 첫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Anycall)의 생산지가 바로 구미였다.
초창기 애니콜은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국내시장을 공략했지만, 현재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는 세계 시장 1위(2025년 3분기 기준)를 두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애니콜의 출현은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 ICT 산업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삼성라이온스의 창단은 기업과 지역민이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의 존재가 지역사회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상징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경북과의 연결고리에도 균열은 있었다. 2000년 삼성상용차가 성서산업단지에서 철수하자 대구에서는 삼성불매운동과 이건희 회장 화형식까지 벌어졌다. 이에 삼성은 대구에 서운한 감정을 가지며 관계가 다소 멀어졌다. 또 수도권 중심의 사업 확장과 해외 시장 개척, 노동집약 산업 구조의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경북지역도 사업이 축소됐다.
그러나 2010년 2월 대구상공회의소와 대구상의가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하면서 양측의 관계는 조금씩 회복됐다. 이듬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때 삼성전자가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2017년에는 제일모직이 떠난 자리에는 지역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더불어 복함문화공간을 더한 '대구삼성창조캠퍼스'가 들어섰고,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사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Lab Outside'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최근 삼성창조캠퍼스에 위치한 대구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이건희 회장의 특별지시로 성사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회장의 지역에 대한 애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후일담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구미 데이터센터 건립 확정으로 기대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대구 산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삼성은 대구경북을 떠난 적이 없다. 많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인프라 건립을 넘어 AI 산업구조 재편기 허브로 확장 가능성도 높다"면서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여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