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에 둘러친 안전띠, 그 안의 시간은 멈춰… 갈수록 늘어나는 영양 빈집 [경북 빈집 1만5천호]

입력 2026-01-08 16:41:36 수정 2026-01-08 19:51:46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입암면 한 마을 주택 10%가 빈집… "철거비가 집값보다 비싸"
초고령화가 남긴 자리… 영양군, 빈집 활용 해법 찾기 고심

영양군 영양읍에 있는 한 반집의 담장이 일부 무너진 채 방치 돼 있는 모습. 해당 빈집의 담장은 추가 붕괴도 우려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영양군 영양읍에 있는 한 반집의 담장이 일부 무너진 채 방치 돼 있는 모습. 해당 빈집의 담장은 추가 붕괴도 우려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지난 6일 경북 영양군 곳곳의 빈집을 찾았다. 하루 동안 확인한 빈집만 십여 곳에 달했다. 첫 목적지는 영양군 입암면의 한 마을.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에서도 이미 빈집이 4곳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마을 주택의 10%가량에 사람이 살지 않는 셈이다.

마을 골목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앞집을 가리키며 "이웃이 새집을 지어 나가면서 옛집은 그냥 두고 갔다"며 "허물자니 철거비가 더 들고, 팔리지도 않는 땅이라 손을 못 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빈집들에 대해서도 "나이 들고 아파서 병원에 간 집들"이라며 "돌아올 기약이 없고 사람이 안사는 집은 금방 망가져 마을에서도 골칫거리"라고 했다.

빈집 문제는 면 단위 마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상가와 주택이 밀집한 영양읍내에서도 빈집은 쉽게 눈에 띄었다. 큰 도로를 끼고 주택가로 접어들자 담장이 무너진 채 방치된 집 한 채가 시야에 들어왔다. 마당에는 잡풀이 무성했고 일부 방문은 열려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오가는 길목에 있는 담장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이곳 주민은 "담장이 넘어질까 봐 공무원들이 안전띠를 둘러놨다"며 "개인 재산이다 보니 행정에서도 손을 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 집뿐 아니라 옆집과 뒷집까지 모두 빈집이었다. 최근까지 거주하던 어르신 한 분은 치매로 병원에 입원했고, 또 다른 집은 병원에 다니다가 돌아가신 뒤 그대로 남겨졌다고 한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의 한 빈집 모습. 해당 집은 큰 도로변에 접해있고 관리도 잘 돼 있었지만 최근 집 주인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빈집으로 남았다. 김영진 기자
경북 영양군 영양읍의 한 빈집 모습. 해당 집은 큰 도로변에 접해있고 관리도 잘 돼 있었지만 최근 집 주인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빈집으로 남았다. 김영진 기자

영양의 빈집 상당수는 겉보기에는 '멀쩡한 집'이다. 지붕이 무너진 폐가보다 사람의 온기만 빠져나간 집이 더 많다. 어르신들이 갑작스레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거나 도심에 사는 자녀들 집으로 옮기면서 남겨진 경우다. 일부는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관리되지 않은 채 시간이 멈춰 있다. 담벼락이 갈라지고, 마당에는 풀이 허리 높이까지 자랐다.

문제는 빈집이 철저히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점이다. 행정에서도 조사와 개입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양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23년 지역 내 빈집 실태 조사를 벌여 387곳을 확인했다. 이후 일부는 철거됐지만, 초고령화가 가속화 되면서 현재 빈집 수는 오히려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영양군 관계자는 "빈집이 안전 문제와 경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사유재산이다 보니 강제 철거나 직접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역에 부족한 숙박시설을 대체하는 방안으로 상태가 양호한 빈집을 활용한 쉐어하우스 운영이나 청년 사업과 연계한 활용 모델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양군 입암면의 빈집 모습. 이곳은 40여 세대가 모여사는 마을로 벌써 주택 10%가 빈집으로 남는 등 갈수록 주인이 없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영양군 입암면의 빈집 모습. 이곳은 40여 세대가 모여사는 마을로 벌써 주택 10%가 빈집으로 남는 등 갈수록 주인이 없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