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빈집 1만5천호] 사람 떠난 자리, 집만 남았다…의성·영양이 마주한 빈집의 현실

입력 2026-01-08 16:41:14 수정 2026-01-08 19: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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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암면 한 마을 주택 10%가 빈집… "철거비가 집값보다 비싸"
초고령화가 남긴 자리… 영양군, 빈집 활용 해법 찾기 고심

영양군 영양읍에 있는 한 빈집의 담장이 일부 무너진 채 방치 돼 있는 모습. 해당 빈집의 담장은 추가 붕괴도 우려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영양군 영양읍에 있는 한 빈집의 담장이 일부 무너진 채 방치 돼 있는 모습. 해당 빈집의 담장은 추가 붕괴도 우려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의성군 가음면 가산1리 빈집에 잡풀이 무성하다. 이희대 기자
의성군 가음면 가산1리 빈집에 잡풀이 무성하다. 이희대 기자

경북의 빈집이 1만5천호를 넘어섰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네 번째로 많은 숫자다. 빈집이 몰려 있는 동네는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의성·영양 등지는 인구 대비 빈집 비율이 특히 높았다.

◆도내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의성

지난 7일 찾은 의성군 단촌면 세촌2리. 안동시와 경계를 맞댄 이 마을은 전체 75가구로 시골 마을 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지만, 15가구가 빈집이다. 마을 초입부터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대문이 굳게 닫힌 집 앞에는 녹슨 경운기가 있었고, 창문 너머로는 사람이 떠난 시간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할머니 4명이 운동 삼아 뒷산에 오르다 기자를 보고 손짓으로 빈집 몇 곳을 가리켰다. "저 집도 비었고, 저기 끝집도 그래." 말끝에는 익숙해진 체념이 묻어났다.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의성군은 인구 21만명을 웃도는 '웅군(雄郡)'이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마을마다 논밭과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반세기가 흐른 지금, 의성군의 인구는 4만8천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인구가 빠져나간 자리는 빈집으로 남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세 마을의 그늘이 됐다.

세촌2리 박대용 이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45년을 살다가 5년 전 귀향해 4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 빈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정부 차원에서 농촌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촌2리에서 멀지 않은 단촌면 상화1리도 35가구 중 10가구가 빈집이다. 금성면 청로2리는 50가구 가운데 15가구가 사람이 살지 않는다.

◆갈수록 늘어나는 영양 빈집

같은날 찾은 영양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루 동안 둘러본 빈집만 십여 곳에 달했다. 입암면의 한 마을은 40여 가구 중 이미 네 곳이 빈집이었다.

마을 골목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앞집을 가리키며 "새집을 지어 나가면서 옛집은 그냥 두고 갔다"며 "허물자니 철거비가 더 들고, 팔리지도 않는 땅이라 손을 못 대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집들은 "나이 들어 아파서 병원에 간 집들"이라고 했다. 빈집은 개인의 사정에서 시작됐지만, 마을 전체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빈집 문제는 면 단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영양읍내에서도 빈집은 쉽게 눈에 띄었다. 큰 도로를 끼고 주택가로 접어들자 담장이 무너진 채 방치된 집 한 채가 나타났다. 마당에는 잡풀이 무성했고, 일부 문은 열려 있어 안이 훤히 보였다. 주민들이 오가는 길목에 위치한 담장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옆집과 뒷집까지 모두 빈집이었다.

한 주민은 "담장이 넘어질까 봐 공무원들이 안전띠를 둘러놨다"며 "개인 재산이다 보니 행정에서도 쉽게 손을 못 대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빈집이 철저한 사유재산이라는 점이다. 영양군은 2023년 실태 조사를 통해 빈집 387곳을 확인했지만, 일부 철거 이후 초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빈집 수는 오히려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양군은 상태가 양호한 빈집을 활용해 셰어하우스나 청년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부족한 숙박시설을 대체하는 활용 모델도 논의하고 있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의 한 빈집 모습. 해당 집은 큰 도로변에 접해있고 관리도 잘 돼 있었지만 최근 집 주인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빈집으로 남았다. 김영진 기자
경북 영양군 영양읍의 한 빈집 모습. 해당 집은 큰 도로변에 접해있고 관리도 잘 돼 있었지만 최근 집 주인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빈집으로 남았다.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