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말까지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와 SR이 운영하는 SRT를 통합해 고속철도 운영기관을 코레일로 일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통합을 통해 운행 효율성을 높이고 1만6천여석의 좌석을 추가 확보해 만성적인 매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KTX 운임을 SRT 수준으로 낮춰 서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오랫동안 철도 운영사 통합을 주장해 온 민노총 산하 철도노조는 이 방침을 환영했으나 SR 노조는 "공청회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 대로라면 많은 국민이 더 싼값에 서울역에서 SRT를 타고 수서역에서 KTX를 탈 수 있게 되는데 왜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과거 철도 서비스는 철도청이 독점 운영을 맡았다. 이 때문에 발생한 방만경영과 서비스 저하가 지속적인 사회 문제가 됐다. 노무현 정부는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을 추진했고 2013년 SR이 출범하면서 비로소 철도 운영사가 다변화되기 시작했다. 비록 인프라를 공유하는 '반쪽짜리 경쟁'이었지만 요금 경쟁을 촉진하고 서비스 다양화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도 한쪽 노조가 파업할 때 다른 쪽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어 국민 불편은 최소화됐다.
그런데 이번 통합 발표 이후 정부가 내세운 '싼값의 고속철도'라는 주장은 어떨까? 언뜻 보기에는 통합 이후 요금이 인하되어 소비자의 편익이 증진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통합 논의는 마일리지 제도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겉으로는 10% 인하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눈속임'에 가깝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좌석 1만6천여석 증가 역시 구체적인 검증 없이 제시된 수치라 전문가 검토와 공청회를 거쳐 면밀히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이처럼 철도교통 향방을 다루는 중대한 사안을 왜 이렇게 속전속결로 추진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 도중 "빨리 좀 (통합)하라"고 재촉한 사실을 알게 됐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철도노조가 수년간 파업을 벌이며 줄기차게 요구해 온 숙원 사업이 이번 통합이라는 점이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민노총 산하 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운영사를 통합하면 경쟁이 사라져 서비스 개선 동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독점에 따른 노조 파업 진동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파업 예고 때마다 모두가 "기차를 못 탈까"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 이런데도 정부가 계속 통합을 강행한다면 이번 통합이 진정 국민을 위한 통합인지 아니면 노조 이익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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