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아빠, 로컬푸드 식당 운영 엄마, 제 역할 잘하는 네 자녀.. "불편해도 시골생활 좋아요"
집밥, 통학시켜주는 차 안에서의 대화 중시
동갑내기 부부 신효은(52)·강현정(52) 씨는 네 자녀와 함께 경북 성주군 금수강산면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주읍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시골 동네로, 이 집 포함 총 7가구만 산다. 버스도 하루에 4번 밖에 오지 않고 주위엔 온통 산과 논밭 뿐이다. 하지만 경치 좋고 공기 좋고 밤에 별도 잘 보여 이들 가족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이 시골생활이 행복하다.
◆아빠 목사·농업인…엄마 로컬푸드 식당 운영
아빠 신효은 씨는 경북 고령군 다산면에 있는 진성교회 담임목사다. 성주의 진성교회 수양관을 관리하며 농사를 짓고 있기도 하다. 엄마 강현정 씨는 동네 엄마들 3명과 로컬푸드 식당(행복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점심 영업만 하며 제철 재료를 활용한 건강 밥상을 제공한다. 술은 팔지 않는다.
자녀는 딸 셋, 아들 하나다. 자칭 K-장녀인 영인(20)은 한동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미국법을 전공할 예정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도전하기를 좋아하며 한번 결심하고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해내는 성격이다. 운동도 좋아해서 중학교 때는 성주군 육상 대표선수로, 대학에선 여자풋살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둘째 딸 선명(19)도 올해 한동대에 입학했다. 입담이 좋고 베이킹을 잘하며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한다. 중학교 때는 수륜중학교 국악관현악단에서 건반(반주)을 맡아 큰 무대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TV조선 '아이엠 셰프'라는 프로그램에 최연소 경연자로 출연도 했다.
성주고등학교에 다니는 셋째 동역(17)은 한 번 몰입하면 성장 속도가 무지 빠르다. 성주군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교육원의 도움은 받았지만 사교육 한 번 없이 고등학교 1학년 내신 성적을 전과목 1등급으로 채웠다. 수륜중학교 재학 시절에는 방과 후 수업으로 대금을 배워 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에서 장려상도 탔다. 친구들과의 유대관계가 좋고 엄마가 피곤하고 힘들어 할 때면 슬쩍 다가와 안아 주는 츤데레 매력의 소유자다. 막내 혜진(15)은 수륜중학교 3학년으로 인성이 좋고 따뜻함과 귀여움이 가득한 아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옆에서 챙겨주고 아껴주는 모습을 보면 어찌 이렇게 착할까 감탄할 정도다. 커서도 마음이 힘든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자녀 통학시키는 차 안이 대화방
이 집은 매일 아침이 전쟁터다. 욕실이 하나 뿐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자칫하면 세수도 못하고 나갈 판이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아침밥을 을 먹고 나서는 바쁘게 등굣길에 나선다. 이 때 부부는 각자 차로 나눠 타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준다. 이후 각자의 고유한 업무로 돌아갔다 또다시 하교할 아이들을 태우러 간다. 이 때는 정해진 시간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 스케줄에 따라 부르면 달려가는 그야말로 '콜~~택시'다. 집에 오면 밤 11시를 훌쩍 넘길 때가 많다. 첫째와 둘째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이들 넷 왕복 통학에 하루에 적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지금은 위로 둘이 포항에 있는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주말만 집에 오니 그나마 편해진 것이다.
자녀 넷 다 통학시켜줄 당시 주변에선 "고등학생은 기숙사에 보내면 되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통학시키냐"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강현정 씨는 몸은 힘들어도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며 손사레쳤다. 차 안에서 자녀들의 마음도 들여다보며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아이들은 차 조수석에만 앉으면 친구에게 하듯 자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말하기 시작한다.
또 하나 그가 양보 못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집밥이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일 때까지는 무조건 엄마가 해 준 집밥을 먹이면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강현정 씨는 "집밥이 최고지만 그래도 혹여 아이들이 치킨이나 피자 등이 그리울까 해서(사는 동네까지 배달이 안 됨) 집에서 통닭을 튀겨 먹이고 감자피자나 빵도 직접 만들어 먹인다"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요리하는 것을 즐기게 됐고 지금은 자신들이 요리해서 우리들에게 종종 대접한다"고 뿌듯해했다. 또 그 어떤 음식보다 엄마의 집밥을 가장 좋아해주는 아이들이 고맙다고 덧붙였다.
◆두 번의 TV 출연에 경연대회 대상까지
아이들이 어린 시절 여행이나 나들이를 위해 필요한 물품은 잘 챙겼나 확인할 때면 항상 남편이 입버릇처럼 말한 게 있다. "다른 것 다 잊어버려도 된다. 우리는 애들 4명만 안 잃어버리면 된다"가 그것이다. 그래서 항상 아이들 숫자 세는 일이 습관처럼 돼버렸다.
추억도 많다. 어릴 적 불렀던 동요 중에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하는 가사가 있는데 신효은·강현정 씨 가족은 그 꿈을 두 번이나 이뤘다. 2017년 '경상북도 TBC 랑랑 콘서트'에 출현한 것이 그것이다. 지금은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개인이 영상을 올릴 수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TV에 출연한다는 것은 평생 한 번 경험해볼까 말까 한 일이었다.
그런데 출연에 그치지 않고 이들 가족은 이 프로그램 성주군편 경연에서 대상을 받고 연말결산 왕중왕전 성주군 대표로도 출연해 대상을 차지했다. 외할머니와 손자손녀 7명(이 집 아이들 4명, 외사촌 3명), 사위들이 '백설할매와 일곱손주'팀을 만들어 노래하고 춤춘 끝에 거머쥔 상이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다자녀가족이라 가능한 한편의 뮤지컬과 같은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부부는 "아이들에게 2번의 TV출연이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어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다자녀가족의 이점은 이 뿐 아니다. 형제자매가 많으니 자기들끼리 서로 의지가 되고 부모에게도 큰 힘이 된다. 신효은 씨는 "'자녀는 전통(화살통)의 화살'이라 기록된 성경(시편 127편) 말씀처럼 가정 공동체 안에서 잘 다듬어진 자녀는 좋은 화살처럼 많을수록 든든하다"며 "때로는 화살이 아니라 부메랑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자녀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강현정 씨는 "아이들 스케줄로 매일매일 너무 바쁘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나 내가 하고 싶은 공부(또는 일)에 투자할 시간도 부족하다"며 "이런 점 때문에 가끔은 마음이 공허해 질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옆에서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는 남편과 아이들은 이 모든 힘듬을 뛰어넘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예쁜 말과 포기 않는 정신 강조
'가정이 모든 교육의 출발선이다'. 신효은·강현정 부부의 교육 철학이다. 서로 존중받고 실수를 해도 다시 일어서는 경험을 가정에서 충분히 누린 아이라야 세상이라는 공동체에서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 다른 원칙은 아이들과의 신뢰를 위해 약속한 것은 꼭 지킨다는 것이다. 부모와의 신뢰가 쌓여져 있어야 청소년기가 됐을 때 부모에게 입을 닫지 않고 마음을 연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감했다. 부모로서 모범을 보이는 것도 이들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바깥에서 보여지는 부모의 모습과 집안에서의 말과 행동이 동일하게 보여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늘상 강조하는 말은 '사람은 말로 상처받고, 말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예쁜 얼굴'보다 '예쁜 말'을 가꾸라고 이른다. 화를 낼 수는 있어도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도록, 자기 생각은 분명히 하되 상대를 무너뜨리는 말은 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대화하고 연습하고 있다. 말은 그 사람의 과거요, 현재요, 미래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마라톤, 천천히 가도 포기하지 말자'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남들보다 앞서 가야 한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방향을 바꿔도 괜찮으니 다만 "멈추지만 말자. 포기하지만 말자"고 얘기한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기에 자기 속도로 끝까지 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이들에게 강조한다.
이런 긍정적인 부부지만 최근 들어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에 빠져있다. 지금껏 사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았고 먹을 것도 자급자족하며 큰 돈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는데, 두 명이 대학에 진학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장학금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이 보다는 세 자녀 이상 특히 네 자녀 이상의 가구에 소득분위 상관없이 국가장학금 전액 지원 같은 실질적인 다자녀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앞으로의 꿈은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아이들과 오랫동안 서로 사랑하고 함께 도우며 가까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부는 "그 사랑으로 다른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도 따뜻하게 품어주고 도움 줄 수 있는, 사랑 넘치고 생명력 가득한 가족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