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이 가장 경계해야 할 말은 "그동안 그래 왔다"는 표현이다. 이 말에는 관행(慣行)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유예하고, 원칙을 뒤로 미루는 태도가 숨어 있다. 관행은 편의(便宜)가 될 수는 있어도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반복되는 순간 그것은 무사안일(無事安逸)로 변질되고, 행정의 판단력은 서서히 마모된다.
경북 봉화군의 하천부지 관리 논란은 이 관행의 민낯을 드러낸 사례다. 공공의 땅이 수십 년 동안 특정인의 생활 공간처럼 굳어졌다는 의혹 앞에서, 행정의 시간은 유독 더디게 흘러왔다. 알고도 바로잡지 않았다는 정황이 쌓이는 동안 원칙은 침묵했고, 책임은 공백으로 남았다. 공공부지는 공유(共有)의 대상이지, 묵인(默認)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관리 소홀에 있지 않다. 실제 소유 면적은 제한적인데 사용 면적은 수천㎡에 이르렀고, 그 상태가 장기간 유지돼 왔다는 점은 행정의 인지 여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몰랐다"는 해명이 반복될수록 설득력은 반감된다. 이는 무위무책(無爲無策), 곧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직무유기(職務遺棄)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이 방치는 연쇄적으로 공익을 흔들었다. 주민 안전과 직결된 도로 선형 개선 사업은 인접 토지에 들어선 신축 건물로 인해 좌초됐다. 사전에 하천부지 점유를 바로잡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결과다. 공익(公益)이 사익(私益)에 밀려난 순간이며,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이 선택하지 않았던 시간만큼 비용은 주민에게 전가됐다.
수해 복구 과정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홍수 대응의 요체는 물길 확보다. 합류부에서는 하천을 넓혀 유속을 분산시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선택된 것은 확폭이 아닌 둑이었다. 장기 점유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수해는 천재(天災)일 수 있다. 하지만, 복구의 방향과 판단의 잘못은 인재(人災)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외부의 시선이 향했다. 감사원이 봉화군의 하천부지 관리와 도로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직접 조사와 자료 확보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을 때 외부 감사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감사원이 들여다보는 것은 개별 위법 여부만이 아니다. 군이 언제부터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도 왜 조치하지 않았는지, 이후 공공사업이 어떤 기준으로 설계·집행됐는지가 핵심이다.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구조의 문제로 사안이 확장되는 지점이다. 관리·감독 부실이 우연이 아닌 반복된 선택처럼 비치는 이유다.
봉화군은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점검으로 충분했다면 중앙 감사기관이 직접 공무원을 조사하는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사 착수 자체가 이미 하나의 경고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덮여온 시간에 대해 이제는 책임을 묻겠다는 신호다.
행정은 공정(公正)을 생명으로 한다. 작은 묵인이 쌓이면 특혜가 되고, 특혜는 불신으로 되돌아온다. 관행은 잠시 방패가 될 수 있으나, 책임 앞에서는 무력하다. 봉화군 행정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공공의 땅을 누구의 시선으로 관리해 왔는지, 그 선택의 결과를 누가 감당해 왔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지역사회는 더 이상 말이 아니라,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