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는 지난달 31일 기준 1조8천억원에 달하는 국방비(國防費)가 제때 지급되지 않아 육·해·공군 및 해병대 각급 부대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방위사업청이 집행하는 '방위력 개선비' 지급도 연말부터 묶여 많은 방산업체들이 직원 상여금과 자재 대금 등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무기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 중에는 현무 지대지 미사일, 한국형 전투기 KF-21 등 전략 자산 양산(量産) 업체도 포함되어 있다. 정전 협정으로 휴전 중인, 법적으로 전쟁 상태인 나라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선 부대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일체의 전력 운영비가 내려오지 않아 각종 물품 구매비와 외주비, 연말연시 장병 격려 행사비 등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와 재정경제부의 '네 탓' 논란은 더욱 황당하다. 재경부 측은 "국방부와 방사청이 연말에 늦게 많은 예산을 신청하는 바람에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고, 국방부 측은 "예산 요청을 늦게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적으론 2월 10일까지 2025년 예산을 지급하면 된다"는 재경부 측의 설명은 무책임(無責任)의 극치(極致)를 보여준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부에선 혹시 이재명 정부의 돈 뿌리기 소비쿠폰 사업으로 인해 국고(國庫)가 빈 것은 아닌지 억측이 제기되고 있다. 포퓰리즘 예산이며 과도한 행정 비용이 소요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13조9천억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국민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2만원까지 지급(支給)했다. 각 지자체는 부족한 매칭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거나 재난 관련 기금까지 끌어왔다고 한다.
한편 정부 예산을 관리하는 국고 정보 시스템이 외부 해킹 등의 이유로 오류가 발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국가안보(國家安保)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당장 국정조사(國政調査)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