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구호와 달리 현장은 '노동 규제 쓰나미'…기업들 "감당 어렵다"

입력 2026-01-06 15:14:34 수정 2026-01-06 18: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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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이어 실노동시간 단축·포괄임금 규제 본격화
주4.5일제 전초전 성격에 기업 비용·노사 갈등 우려 확산

지난해 8월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개혁청년행동 관계자들이 노란봉투법 입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개혁청년행동 관계자들이 노란봉투법 입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친기업과 실용 시장주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현실을 모르는 반기업 노동정책이 쏟아진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둔 데 이어 실노동시간 단축과 포괄임금제 규제까지 본격화되면서 기업은 경영 부담과 노사 갈등 확대를 동시에 걱정하는 모습이다.

6일 경제계에 따르면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오는 3월 시행하는 노란봉투법이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하청노동자까지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은 교섭 주체와 책임 범위가 불분명해지면서 노무 리스크가 급격히 커졌다고 보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이미 현장에서는 신호가 감지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낸 조정 사건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직 법 시행 전이지만 노란봉투법 취지를 사실상 선반영한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시간 정책 변화도 기업 부담을 키우고 있다. 노동자·사용자·정부가 참여한 사회적 협의체는 최근 2030년까지 연간 실노동시간을 약 1천859시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천700시간대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포괄임금제 규제를 손보고, 근로시간 기록·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에 착수한다.

포괄임금제는 그동안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무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활용돼 왔지만 정부는 이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사실상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할 방침이다. 기업은 "근로 형태가 다양한 산업 현실을 무시한 일률 규제"라며 "임금체계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실노동시간 단축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주4.5일제 확산의 전 단계로 해석된다. 정부는 주4.5일제를 법제화 대신 지원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은 실노동시간 단축과 포괄임금 규제만으로도 인건비와 운영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에 실노동시간 단축, 포괄임금 규제까지 한꺼번에 겹치면 현장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노사 갈등이 늘고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배임죄 폐지 등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내놓으며 친기업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 분야에서는 규제 성격의 정책이 연이어 추진되면서 정책 방향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길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친기업, 실용 시장주의 정책에 공감하지만 정부의 의지와 달리 기업 현장에서는 정부 경제 정책에 우려와 부담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노동시간과 임금체계는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현장 여건을 충분히 반영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