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산업 재편이 바꾼 글로벌 경제 지도

입력 2026-01-01 15: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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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주도권 경쟁 본격화…미중 질주 속 독일 완성차는 주춤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 연합뉴스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 연합뉴스

모빌리티 산업 환경의 변화로 글로벌 경제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전통 강자였던 독일 완성차 기업이 사업 전환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쇠퇴기를 맞으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 후발주자인 중국 업계 전기차 도입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특히 모빌리티 생태계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자율주행 주도권을 두고 미중 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자동차 제국 독일의 위기

주력인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서 독일 경제 전체가 부진에 빠졌다. 독일 dpa통신이 입수한 컨설팅업체 EY의 조사에 따르면, 매출 기준 독일 상위 100대 기업의 지난해 이자·법인세 차감 전 조정 영업이익(EBIT)은 1천20억 유로(약 172조4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의 중추 산업인 자동차 부문을 이끄는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매출 합계는 4천372억 유로(739조1천억원)에 그쳐 전년에 비해 2% 감소했고, 화학 기업들은 수익이 무려 71% 급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창사 88년 만에 처음으로 자국 내 공장을 폐쇄했다. 가동이 중단된 드레스덴 공장은 고급 세단 페이톤과 전기차 ID.3를 조립하는 등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어 충격을 더했다.

드레스덴 공장 폐쇄는 2024년 10월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당시 노사는 독일 내 일자리 3만5천개 이상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체 독일 직원 30%에 달하는 규모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드레스덴 공장 폐쇄는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며 "경제적 관점에서 필수적인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10억7천만유로(약 1조9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초반인 2020년 2분기 이후 첫 분기 적자에 빠졌다.

한편, 미국의 GM도 테네시 스프링힐 공장에서 캐딜락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생산을 지난달 한 달간 중단했으며 올해도 공장 가동을 축소할 계획이다. 또 일본 닛산도 일본 가나가와현 오파마와 쇼난 공장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한 후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 FSD를 활용해 주차를 하는 모습. 테슬라 제공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 FSD를 활용해 주차를 하는 모습. 테슬라 제공
사람의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 구현 모습. 테슬라 제공
사람의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 구현 모습. 테슬라 제공

◆ 자율주행 미중 패권경쟁

자율주행 분야의 경우 미국과 중국 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상용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국가지능망연동 자동차혁신센터 따르면 지난해 자율주행 레벨2 이상 기능 탑재율은 50%로 판매되는 차량 2대 가운데 1대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필요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3 탑재율도 10%를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 제조기업 BYD는 전 차종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를 기본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니오, 지리 등은 센서와 구독형 SW 모델을 마련했다. 바이두는 세계 최대 규모이 무인택시 운영사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보수적인 규제에서 탈피해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하드웨어 공급망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기술을 구현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인공지능(AI)과 카메라(비전)을 연동한 자율주행 구현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시간 주행 데이터 수집을 통한 AI 학습 구조를 확립해 자율주행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 차량에 탑재되는 SW인 FSD를 넘어 로보(무인)택시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상용화가 가까워진 만큼 한국의 대응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유병용 이사는 "FSD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율주행이 더이상 멀리 있는 기술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도로 환경에서 개선해야 할 점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유 이사는 "미중 양국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경쟁을 펼치고 있어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다. 기술 주도권 경쟁에 발바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에서 실증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유사한 환경을 지닌 해외로 확장도 가능할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