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한 해를 망치는 가장 좋은 방법

입력 2026-01-01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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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

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
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

일 못하는 CEO가 제일 먼저 하는 게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거다. 잘 될까. 회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주춧돌이 세 개인 집과 비슷하다.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터진다. 돌려막기 하다가 임기 마치는 게 무능한 경영자의 특징이다.

일 잘하는 CEO는 조직이 무엇을 잘하는지부터 본다. 그리고 거기에 조직의 역량을 쏟아 붓는다. 잘하는 일을 더 잘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가끔 대박도 터진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전(全)방위로 유능한 인간은 없다. 누구는 머리가 부실하고 누구는 노력이 시급하다. 노력한다고 머리가 보강되는 것도 아니고 노력이 딸린다고 안 하던 거 해봐야 절대 몸에 안 붙는다.

이런 말 자주 듣는다. "걔는 다 좋은데 그거만 고치면 좋겠어." 안 하는 게 아니다. 못 하는 거다. 기질 상 안 되는 거고 체질상 불가한 거다. 생활 습관 관련해서 가장 많이 하는 결심이 담배 끊는 거다. 쉬울까. 그렇다면 세상에 이렇게 많은 흡연자가 있을 리 없다. 어려우니까 못 끊는 거고 다행히도 담배에는 마약을 능가하는 중독성이 있다. 여기에 책임을 돌리면 된다. 나는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지만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포기하면 된다.

금연 의지는 보통 사흘 간다. 나흘째부터 자괴감 도래다. 내가 이렇게 의지박약한 인간이었나 탓하면서 자존감에 상처만 낸다. 하지 마라. 담배를 끊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려운 일에 의욕을 불태우지 마시라는 얘기다.

한국인의 새해 목표 베스트를 꼽으면 부동의 1위가 운동하기와 다이어트다. 외모 관리와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인데 일단 매칭부터가 잘 못 됐다. 운동과 다이어트는 전혀 무관한 종목이다. 운동은 몸의 구성을 바꾸는 행위다. 근섬유를 인위적으로 손상시킨 뒤 회복하는 과정에서 단백질 합성을 증가시키는 게 운동이다. 해서 체중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다이어트는 칼로리 적자(赤字)가 목표다. 몸의 질과는 전혀 관계없고 오로지 소비 에너지보다 섭취 에너지를 줄이는 게 전부다.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어렵다. 그냥 쉽게 말해 운동은 돈이 들고 다이어트는 돈이 굳는다. 어마어마한 차이다.

대체로 상위권인 자기 계발도 그렇다. 한국 사회의 강한 성취 문화와 가만히 있으면 뒤쳐진다는 공포심이 합작한 목표라서 결심은 다수지만 목적은 흐릿하다. 외국어 관련해서 말한다면 일단 기능으로서의 언어의 시대는 끝났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바벨탑의 저주가 해제된 것인데 굳이 거기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 이제 언어는 그 사람의 지적 수준과 인내심을 말해주는 척도일 뿐이다.

새해가 왔다. 원해서 온 것도 아니고 그냥 순차적으로 달력 떨어진 끝에 온 거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다들 초초하다. 원래 계획은 세우는 맛이긴 하지만 다들 뭔가를 마음속에서 다짐한다. 근데 그게 다 평소에 잘 안 되던 거, 싫어서 미뤄둔 것들이다. 오해와 착각이 발생한다. 의지를 불태우고 피나게 노력하면 된다는 망상에 빠진다. 말씀드린 대로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거나 외국어 수준을 높이겠다는 관성적인 열망을 반복하지만 의지만으로 달성되는 것은 없다.

아침 조깅도 외국어 공부도 절대 한 달 못 넘긴다. 포기하고 목표를 상실하면서 한 달도 채 못돼 한 해가 지루해진다. 몹쓸 시도를 한 끝에 결과적으로 한 해를 망치는 것이다.그보다 작년 한 해 내가 좋아했던 일을 생각해보자. 나는 별 생각 없이 했는데 남들이 잘했다고 했던 것들을 떠올려 보자.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얻는 것은 자신감이요 잃을 것은 1도 없다. 내가 잘 하는 일을 찾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 일과 다르지 않다. 잘 하는 일이 바로 그 사람이다. 절대,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찾으려 들지 마라. 그걸 바꿔 볼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마라. 시간의 낭비에다 인생의 불필요한 지출이다. 잘 하는 거 빼고 나머지는 버려라. 못하는 거, 싫은 것은 하지 마라. 포기와 결별은 용기가 아니라 지혜다. 좋은 한 해는 여기서 출발한다. 실망스럽고 나쁜 한 해를 반복하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