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 '회초리' 들지만, 지역에선 '생명줄'"… 영업정지 거론에 소상공인 '패닉'
납품 업체·쿠팡친구 등 6만여 명 생계 직결… "잘못은 꾸짖되 밥줄은 끊지 말아야"
30일 국회 청문회장이 김범석 의장의 불출석을 성토하는 고성으로 뒤덮인 시각,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FC) 인근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징벌적 손해배상'과 '영업 정지' 같은 살벌한 단어들이 오가지만, 이곳 대구·경북의 현장 근로자들과 소상공인들에게 그 말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이후 쿠팡이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지만, 지역 경제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쿠팡은 단순한 유통 기업을 넘어, 대구·경북의 물류 동맥을 책임지고 수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 경제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 "로켓배송은 지방 소상공인의 유일한 판로… 끊기면 다 죽는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가공식품을 제조해 쿠팡에 납품하는 김 모 대표(48)는 최근 정치권의 '쿠팡 제재' 논의를 보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서울 사람들은 마트 가서 사면 그만이라지만, 우리 같은 지방 제조사들에게 쿠팡 로켓배송은 전국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고속도로'이자 생명줄"이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쿠팡이 잘못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기업을 흔들어서 물류가 멈추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같은 영세 납품업체들이 뒤집어쓴다"며 "국회의원들이 화풀이하듯 기업을 때리는 동안, 밑바닥 경제가 얼어붙는 건 안 보이는 모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쿠팡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대기업 유통망을 뚫지 않고도 전국에 물건을 팔 수 있는 기회의 땅 역할을 해왔다. 경북 지역 특산물 판매자들 역시 "쿠팡 덕분에 매출이 3배 이상 뛰었는데, 이번 사태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거나 플랫폼 규제가 강화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대구·경북 고용의 산실… 6만여 명의 '밥줄' 달렸다
고용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쿠팡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022년 준공된 대구 FC는 축구장 46개 크기의 초대형 물류 거점으로, 이곳을 통해 창출된 직간접 고용 효과만 1만 명을 훌쩍 넘는다.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친구'와 물류 협력사 직원들까지 합치면 대구·경북권에서만 약 6만 명의 생계가 쿠팡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대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쿠팡이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 붙잡아두는 앵커(Anchor) 역할을 해왔다"며 "정치 논리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면 당장 이번 겨울부터 지역 고용 시장에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교각살우(矯角殺牛) 경계해야… 보안은 잡되 경제는 살려야"
물론 개인정보 유출은 중대한 과실이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사태 해결의 방식이 '기업 죽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잘못된 뿔(보안 허점)을 바로잡으려다 소(기업과 지역 경제)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쿠팡이 침묵 속에서도 유출된 데이터를 100% 회수하고 추가 피해를 막아낸 점은 참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해킹 사고가 터질 때마다 기업 CEO를 불러 망신 주고 과징금 때리는 식의 구태의연한 대응으로는 보안 능력도, 경제 활력도 살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쿠팡은 이미 대구·경북의 사회적 자산이나 다름없다"며 "국회는 감정적인 호통보다는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되, 기업이 다시 뛰어 지역 경제를 돌릴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