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한 수'가 주목을 끌다… 이색 홍보, 지역 브랜드를 키우는 힘

입력 2025-12-30 09: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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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원 아파트'가 만든 파장… 상식을 깬 홍보의 힘
청계천에 띄운 사과 한 상자, 청송을 전국에 알리다
라면과 김밥의 반란… 산업·이미지를 축제로 바꾸다

지난 2009년 서울 청계천에 청송사과 수천 개가 떠다녔다. 당시 청송군이 청송사과 홍보를 위해 이색 이벤트를 준비한 것인데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 등이 사과를 직접 물 위에서 주워 맛을 보면서 청송사과의 진가를 알게 됐다. 청송군 제공
지난 2009년 서울 청계천에 청송사과 수천 개가 떠다녔다. 당시 청송군이 청송사과 홍보를 위해 이색 이벤트를 준비한 것인데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 등이 사과를 직접 물 위에서 주워 맛을 보면서 청송사과의 진가를 알게 됐다. 청송군 제공

최근 안동의 한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이례적인 분양가가 공개되며 지역 사회의 시선을 모았다. 일반적인 아파트 수요층에 맞춘 평형을 분양하면서도 단 1가구에 대해 10억 원이라는 분양가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안동 지역에서 보통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에 가격이 4~5억원선이라는 걸 감안하면 보기 드문 최고가 분양 사례다.

해당 가구는 최고층인 29층에서 두 세대를 합쳐 조성한 주택이지만, 지방 소도시에서 10억 원대 아파트가 분양 정보에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를 낳았다. 이 같은 이색적인 분양 전략은 자연스럽게 단지 전체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렸고, 실제 분양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발상에서 출발한 홍보가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청송사과의 명성 역시 이색 홍보에서 비롯됐다.

2009년 청송군은 서울 청계천에서 파격적인 행사를 선보였다. 청송사과 수천 개를 청계천 수면에 띄워 하류로 흘려보내고,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직접 사과를 건져 먹도록 한 것이다. 깨끗한 청계천 수질 이미지와 신선한 청송사과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결합됐고, 행사는 큰 호응을 얻었다. 청송군과 서울시 모두 기획 단계부터 만족도가 높았던 행사로 평가받았다.

당시 청송사과의 인지도는 충주사과나 안동사과, 영주사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 행사를 계기로 '저농약 사과,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고품질 사과'라는 이미지가 형성됐고, 국내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청송사과의 인지도는 단숨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 결과 청송사과는 오늘날을 대표하는 브랜드 농산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이색 홍보 흐름이 지역 먹거리 축제로 확장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유사한 농산물·음식 축제가 쏟아지는 가운데, 차별화된 콘셉트로 주목받는 축제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미라면축제와 김천김밥축제다.

많은 외국인도 구미역 일대서 열린
많은 외국인도 구미역 일대서 열린 '2025 구미라면축제'를 즐겼다. 구미시 제공

구미라면축제는 지역 산업 자산에 대한 재해석에서 출발했다. 구미에는 국내 라면 생산의 핵심 거점인 농심 구미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구미시는 이를 단순한 공장 입지가 아닌, 도시 브랜드로 확장할 수 있는 문화 자원으로 보고 축제를 기획했다. 그 결과 구미라면축제는 올해에만 35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축제는 인근 상권과 전통시장, 숙박·외식업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고, 구미는 '회색 공단 도시'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K-푸드를 상징하는 이색 축제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SNS를 통한 자발적 홍보로 글로벌 축제로 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천김밥축제는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또 다른 성공 사례다. 김천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천'을 떠올리면 '김밥천국'이라는 응답이 많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밥으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었지만, 단어 연상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역으로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2024년 첫 축제를 시작으로 올해 2회째를 맞은 김천김밥축제에는 이틀간 15만 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축제 기간 동안 인근 상권과 전통시장, 숙박·외식업 소비가 크게 늘었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도 실질적인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김천은 이제 '김밥 도시'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구축하고 있다.

김천김밥축제에서 한 요리사가 화려한 김밥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김천김밥축제에서 한 요리사가 화려한 김밥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