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오가는 교실 밖 수업"…경북 중학생 '궁금한마당', 포항·구미서 3개월 대장정 마침표

입력 2025-12-29 11: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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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22개 시·군 대표 학생들 한자리에… 10월부터 이어온 질문탐구 여정 마무리
AI는 뤼튼만 허용, 템플릿 제한… 결과물보다 사고 과정에 초점

예천여자중학교 학생들이 경북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여해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구하는 탐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예천여자중학교 학생들이 경북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여해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구하는 탐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 1시쯤 포항 경북교육청문화원. 학생들이 지문을 펼쳐 들고 동그랗게 앉았다. 누군가는 밑줄을 긋고, 누군가는 메모지에 단어를 쪼개 적었다. "이 부분이 왜 이렇게 쓰였지?", "이 상황이면 다른 선택도 가능한가?" 질문이 먼저 튀어나오자 고개가 동시에 들렸다. 발표 팀은 답을 외우지 않았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질문을 꺼내 들었다. 다른 팀이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교실 밖 수업이 그대로 축제가 되는 순간이었다.

경북교육청이 마련한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이하 궁금한마당)'이 포항과 구미에서 3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경북 22개 시·군을 대표해 출전한 각 중학교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질문탐구 활동을 펼치는 자리로 지난 10월부터 이어온 여정의 마무리 무대가 됐다. 승패를 가르는 대회가 아니라 중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질문으로 배우는 수업'을 함께 경험하는 장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지역 예선을 거쳐 지난 16일 포항 경북교육청문화원과 18일 구미 구미코에서 본선 격인 권역 행사를 치렀다.

운영은 즉석 질문수업에 가까웠다. 현장에서 제시된 지문을 읽고 각 팀이 스스로 무엇이 궁금한가를 먼저 정리했다. 이어 질문을 다듬고 탐구 과정을 설계한 뒤 근거를 세워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생각을 확장했다. 같은 지문을 받아도 질문의 방향은 제각각이었다. 학생들은 서로의 질문을 들으며 관점을 바꾸고 논리를 보완하는 경험을 쌓았다.

울릉중학교 학생들이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현장에서 받은 지문을 바탕으로 질문을 생성하고 답변을 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울릉중학교 학생들이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현장에서 받은 지문을 바탕으로 질문을 생성하고 답변을 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참여 팀들도 동서 권역으로 고르게 꾸려졌다. 포항 행사에는 울진중 '4-브레인', 영양중 '영양중사총사', 포항여중 '4인사색' 등 동부권 팀이 참여했다. 구미 행사에는 상모중 '프로토콜57', 문성중 '길', 안동중 '안동 넘버원(ANDONG NO.1)' 등 서부권 대표팀이 모였다. 울릉 학생들은 여객선을 타고 포항 현장에 나와 발표 연습까지 준비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경북교육청은 결과물 경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운영 기준도 분명히 했다. 생성형 AI 활용은 '뤼튼'만 허용했고, 챗GPT·제미니 등은 제한했다. 발표 자료 역시 캔바·미리캔버스 템플릿이나 사전 서식 파일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은 제한해 디자인이 아니라 질문의 질과 탐구 논리에 집중했다. 현장에는 경북 수석교사들이 참관해 학생들의 질문 맥락과 근거 구성, 팀 협업 과정을 중심으로 피드백을 제공했다. 경북교육청은 팀별 피드백을 정리해 학교별로 전달하고, 이를 수업 개선과 학생 역량 강화에 활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기활 경북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학생들이 주어진 지문을 해석하는 데서 출발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대화하며 답을 구성해 가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 되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이라며 "질문탐구 수업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원 연수와 수업 자료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