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9명' 봉화 상운초 탁구부, 강력한 스매시로 전국 제패

입력 2025-12-29 11: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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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공 교사와 2학년 선수들… 방과 후 탁구대 앞에서 꿈이 자라
전국대회 우승·국제대회 입상 성과… "득점 순간 떠올리면 또 라켓 잡게 돼"

봉화 상운초등학교 탁구부 학생들이 이동희 교사의 지도 아래 훈련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봉화 상운초등학교 탁구부 학생들이 이동희 교사의 지도 아래 훈련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이달 초 취재진이 방문한 경북 봉화군 상운면 상운초등학교 내 작은 체육관.

탁구대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하나, 둘!" 구호를 외치며 발을 맞춘다. 라켓이 공을 때릴 때마다 '딱'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고, 풋워크 연습에 맞춰 체육관 바닥도 바쁘게 떤다. 전교생이 9명뿐인 작은 학교에서 전국을 흔드는 탁구부가 자라고 있다.

상운초 탁구부는 선수 3명과 취미반 1명으로 운영된다. 공교롭게도 2학년 4명이 모두 라켓을 잡았다. 단체전은 인원 규정상 출전이 어렵지만 개인전에서는 성적이 쏟아졌다. 지난 7월 개최된 김천오픈 전국학생탁구최강전 1~2학년부에서 권태오(2년) 학생이 남자부 1위, 김아영(2년) 학생이 여자부 3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올해 출전한 전국대회에서만 1위 5번, 2위 2번, 3위 4번을 차지했다. 김아영 학생은 전국 최대 규모 탁구 대회인 지난 10월에 열린 3회 유승민 전 IOC위원배 U12 전국 챔피언 탁구대회에서 1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감독 이력도 흥미롭다. 학생들의 탁구를 지도하는 이동희 교사는 탁구 선수 출신이 아니다. 부산교대를 나와 미술교육을 전공한 '평범한 초등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다만 이전 근무지에서 10년가량 학교 운동부 감독 업무를 맡으며 현장에서 지도 경험을 쌓았고, 상운초로 옮긴 뒤 늘봄 프로그램 형태로 탁구교실을 열었다.

이곳에서 김아영·권태오 학생이 소질을 보이자 "믿고 맡겨주시면 전국에서 꿈을 펼치게 해보겠다"며 학부모를 설득해 선수반을 꾸렸다.

전유성 학생은 탁구를 치고 싶어서 상주에서 봉화로 전학을 왔다.

훈련 강도는 작은 학교라는 말이 무색하다. 체육관은 1주일 내내 열려 있고, 이 교사는 평일 오후 2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지도한다. 학생이 원하면 주말 훈련도 진행한다.

그는 "훈련이 늦게 끝나면 집까지 직접 데려다준다"며 "부모님과 약속을 했고,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 업무가 밀리면 아이들을 데려다준 뒤 다시 학교로 돌아와 일을 끝내곤 한다.

아이들은 작은 학교의 장점을 또렷하게 말한다.

김아영 학생은 "연습할 때 힘든 점도 많지만 대회에서 득점할 때를 생각하면 또 치고 싶어 다"며 "외국 선수랑 붙었을 때는 떨렸는데 연습한 대로 돼서 기뻤다"고 했다.

전유성 학생도 "인원은 적지만 서로 더 챙겨준다"며 "지치면 친구들이 '조금만 더 하자'고 말해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상운초 학생들의 커다란 성과에 지원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경북교육청과 봉화교육지원청은 훈련장 개선 등을 검토하며 돕고 있고, 봉화군 탁구협회 등 지역 체육계도 장비·훈련 여건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학교 설명이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방과 후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운초 탁구부가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희 교사는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이 즐기면서 스스로 땀을 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지도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즐기는 아이들은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