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잡자" 정부, 파격 세제 혜택 … 집 나간 서학개미 돌아올까요[매일뭐니머니]

입력 2025-12-26 1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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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주식 복귀계좌 활용하면 양도세 최대 100% 면제
정부 면세 혜택 발표에도 서학개미 시큰둥
국장 신뢰 문제 근본적 해결돼야 … 기업 체질 개선 필수

제미나이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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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안 낸다고 미국 주식 팔고 돌아올 것 같나요? 투자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정부가 '집 나간 서학개미'를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역대급 세제 혜택을 미끼로 던졌는데요. 핵심은 미국 주식 할 때 내야 하는 세금을 한국 주식 하면 안 내게 해줄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나들며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정부가 급하게 꺼낸 고육지책입니다. 해외 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겠다는 정책이 과연 서학개미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요?

정작 당사자인 서학개미들은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세금 깎아준다고 돌아올 줄 아냐"는 냉소가 주식 커뮤니티를 뒤덮고 있습니다.

◆RIA, 그게 뭔가요

기획재정부는 국내 주식 복귀계좌(RIA)에 대한 세제지원을 신설했습니다. '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 우리말로 '국내시장 복귀계좌'인데요. 보유하던 해외 주식을 팔아서 RIA 계좌로 돈을 옮긴 뒤 그 돈으로 국내 주식을 사서 1년 이상 보유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겁니다.

현재 해외 주식으로 돈을 벌면 250만원을 기본 공제한 뒤 나머지 수익에 대해 22%의 세금을 내는데요. 예를 들어 테슬라 주식에 투자해서 1000만원을 벌었다면 원래는 약 16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이걸 안 내도 된다는 겁니다.

한도는 1인당 5000만원이고, 언제 복귀하느냐에 따라 감면 폭이 달라집니다. 내년 1분기에 들어오면 양도세 100%를 깎아주고 2분기는 80%, 하반기는 50%만 면제해줍니다.

정부는 이 제도로 해외 투자금의 10%만 돌아와도 200억달러(약 29조원)가량의 외화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금액만 1686억달러(약 244조원)에 달하는데요. 지난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납부자 11만6000명이 모두 5000만원 한도를 다 쓴다고 가정하면 약 5조8000억원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수익률 생각하면 국장 리턴 왜 하나"

그런데 정작 서학개미들 반응은 차갑습니다. 주식 커뮤니티에는 "투자자들이 국내 환경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해외로 나갔는데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외친다고 돌아오겠냐", "근본적으로 몇몇 종목 외에는 주가가 안 오르는데 왜 복귀하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집니다.

세제 혜택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투자자들이 국장을 떠난 근본적인 이유는 세금이 아니라 국장의 성장성과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증시에선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횡령·배임 이슈로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 불안한 투자를 할 바에야 수익률이 견조한 미국에 투자하고 세금을 내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인 것이죠. 실제로 올해 코스피가 미국 S&P500을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이 더 높은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가 뿌리 깊기 때문입니다.

그런 회의감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제도 시행도 전에 벌써 세제 혜택만 챙기고 달러 자산은 그대로 유지하는 꼼수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주식 커뮤니티와 투자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는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을 동시에 보유한 경우 미국 주식을 계속 들고 있으면서도 양도세 혜택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요. 테슬라와 삼성전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테슬라를 팔아 RIA 계좌로 옮겨 삼성전자를 사고, 원래 갖고 있던 삼성전자는 팔아서 다시 테슬라를 사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양도세 혜택도 받고, 미국 주식도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거죠.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도록 유도하려던 정부 정책의 효과는 이런 식으로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세제 지원이 단기적인 수급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인 '유턴'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장기 투자 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금은 언제든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인데요. 국내 주식 활성화를 통해 산업 구조 개편과 모험자본 투자를 통한 혁신기업 모색 등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투자자들은 애국심이 아니라 수익률을 보고 움직인다"면서 "세제 혜택보다 내년에 코스피 5000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 단기 처방이 아닌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과 수익성을 개선하는 근본 대책이 없다면 이번 정책도 일시적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