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의혹 휩싸인 대한항공 의전, 김재연은 거부했다

입력 2025-12-24 14:47:16 수정 2025-12-24 15: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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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당시 김재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당선인(현 진보당 상임대표), 2025년 12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2012년 5월 당시 김재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당선인(현 진보당 상임대표), 2025년 12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페이스북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페이스북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최근 불거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대한항공 공항 의전' 의혹을 두고 자신은 거부했던 일화를 전하며 비판했다. 역시 대한항공과의 일화다. 국회의원에 대한 일종의 의전 내지는 항공 서비스 접대를 충분히 거부할 수 있었음을 드러냈다.

김재연 대표는 24일 오후 1시 49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달력을 11년 전으로 넘겼다.

그는 "19대 국회의원(통합진보당 비례대표)으로 재직하던 2014년, 추석 연휴를 맞아 혼자 독일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면서 대한항공을 이용할 때였다. 공항 키오스크에서 실물 티켓을 발권하려고 하니 계속 오류 메시지가 떠서 대한항공 카운터로 문의를 하니, 직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기다려달라고 했고, 잠시 후 2명의 의전 담당 직원이 달려왔다"며 "알고 보니, 국회의원이 항공권을 예약했다는 사실을 자체 시스템으로 확인하고 의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제가 일반 카운터를 거치지 않고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이들의 동선이 틀어졌던 것이다. 아마도 국정감사 때 상임위에서 단체로 항공권을 이용한 적이 있어서 제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공무가 아닌 개인 일정까지 사전에 체크하고 의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개인 일정을 이런 식으로 체크하고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사를 전달한 후,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이륙 후에 또 상황이 벌어졌다"고 글을 이어나갔다.

김재연 대표는 "승무원이 일반석에 있는 제 좌석에 찾아와서 말하기를, (프랑스)파리에서 환승을 할 시간이 촉박할 수 있으니 앞쪽의 프레스티지석으로 바꿔주겠다는 것이다. 제 생각엔 환승이 어렵지 않을 것 같고 좌석을 옮기는 것도 불편해서 그냥 가겠다고 했더니, 잠시후 다시 와서 항공기 이륙이 늦어졌고 본인들이 계산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니 꼭 옮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좌석에 널부러져 있는 소지품들이 많아 옮기기 귀찮다고 했더니 그건 본인이 하겠다면서 벗어놓은 제 양말까지 집어들기에, 결국 좌석을 옮겼다"고 '어쩔 수 없었던' 좌석 승급 사례를 털어놓으면서 "돌아오는 공항에서는 직원들이 의전 서비스는 하지 않고 카운터로 나와서 인사만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술회했다.

그는 "그 후로는 일부러 대한항공은 이용하지 않았다. 의전 서비스 같은 것을 받고 싶지도 않고, 내 동선이 파악되는 것도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연 대표는 다시 시계를 수 년 뒤로 돌려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뒤였던 시기를 가리켰다. 그는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라 초선으로 얻은 의원직을 2년여 만에 잃었다.

김재연 대표는 "그러다 몇 년 후,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이용하게 됐다. 국회의원이 되면서 만든 세비수령용 계좌의 카드가 이용금액만큼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쌓이는 신용카드였기에 가까운 거리 정도 갈 수 있는 마일리지가 쌓여있었다"며 "국회의원 신분도 아니고, '땅콩회항 사건' 등을 거치며 대한항공의 서비스도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런데 그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항공기 이륙이 한참 지연됐고, 승객들이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을 때, 사무장이 제 좌석으로 따로 찾아와서 이륙 지연 사유를 설명했고, 다른 승객들은 왜 저 사람한테만 저런 얘기를 하나 쳐다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저도 어리둥절했다. 그 이후로도 대한항공은 이용하지 않는다"고 추가 일화를 전했다.

글 말미에서 그는 "김병기 의원의 KAL(칼) 호텔 무료 이용 정황과 가족에 대한 공항 의전 서비스 의혹을 보며, 대한항공의 '특별한 고객 관리'를 여전히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용하고 있을 거라는 짐작이 든다. 대한항공만이 아닐 것이다. 다양한 특전과 혜택을 관례라는 이름으로, 알게 모르게 제공받는 지위가 국회의원이다. 모두 내려놓아야 할 기득권"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재연 대표는 마침 신년에 출범할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지목했다. 그는 "다음달부터 가동될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오랜 시간 독점화된 기득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감하고 민주적인 정치개혁 방안을 치열하게 다루고, 개혁의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무난히 할 수 있는 것만 해서는 개혁이 아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노무현 정권 이후 20년 간 멈춰있는 정치개혁, 국회개혁의 시계를 다시 돌릴 때가 왔다. 국민주권시대에 맞는 국회의 역할을 촉구한다"고 조언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한편,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24일) 오전 9시 10분쯤 페이스북으로 내놓은 해명에서 의혹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또 일부 내용을 두고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한 언론의 추가 보도나 김병기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은 24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아직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