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환율 급등에 강력 경고 메시지
해외주식 팔아 국내 투자 땐 양도세 최대 100% 감면
외환당국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도 높은 구두개입에 나선 가운데 정부가 외국주식 자금을 국내로 돌려세우기 위한 추가 세제 대책까지 내놨다. 환율 급등에 말로 경고하고, 세금 혜택으로 달러를 풀겠다는 이중 대응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24일 시장 관련 공동 메시지를 내고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이날 공동 명의로 발표한 메시지에서 "최근 1~2주간의 회의와 조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을 강조했다. 외환당국이 '과도한 약세'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것은 환율 급등에 대한 경고 성격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83.6원을 기록하며 1,480원대를 굳혔다. 환율은 반년 넘게 1,470원대 후반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출범 직후인 올해 6월 1,352.6원까지 내려갔던 환율이 불과 반년 만에 130원 이상 급등했다. 9월 1,400원을 다시 넘은 이후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았고, 지난달 평균 환율은 1,460.44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 이후 월평균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말뿐 아니라 제도 개편으로도 대응에 나섰다. 기재부는 이날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해외주식을 처분해 국내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게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 감면해주기로 했다. 급증한 개인의 해외투자를 국내로 되돌리고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개인투자자가 지난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1인당 5천만원 한도로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한다. 복귀 시점에 따라 감면율은 차등 적용된다. 내년 1분기에 국내 투자로 돌아오면 100%, 2분기는 80%, 하반기는 50%를 각각 감면받는다.
이를 위해 해외주식 매각 자금을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투자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한다. 해외로 나간 자금을 일시 유입에 그치지 않고 국내 시장에 묶어두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외국주식을 팔지 않더라도 환율 하락 위험을 줄이도록 환헷지 세제도 손질한다. 정부는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 출시를 지원하고, 환헷지를 실시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 환헷지 인정 한도는 연평균 잔액 기준 1억원이며, 환헷지 상품 매입액의 5%를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계산 시 추가 소득공제한다. 공제 한도는 최대 500만원이다. 개인투자자는 자산을 유지하면서 환손실을 줄이고, 외환시장에서는 외화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기업의 국외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도 완화한다.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적용되는 익금불산입률을 현행 95%에서 100%로 높여 기업 자금이 국내로 환류되도록 유도한다.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이 올해 3분기 말 기준 1천611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일부만 국내 투자나 환헷지로 전환돼도 외환 공급 확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11월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는 309억달러에 달한 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11조6천억원이 순유출됐다.
정부는 이번 세제 패키지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신속히 입법화할 방침이다. RIA와 환헷지 관련 세제 혜택은 내년 1월 1일 이후 상품 출시 즉시 적용하고,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률 상향은 내년 1월 1일 이후 배당분부터 적용한다. 구두개입과 세제 유인을 동시에 앞세워 환율 불안을 진정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