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수업이 되는 날" 경북교육청,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성료

입력 2025-12-23 16:24:24 수정 2025-12-23 16: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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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여정 끝 포항·구미서 '현장 질문수업'… 지문 뽑고 질문 만들고 토론하며 배움 확장
AI 활용은 '뤼튼'만 허용… 첫사랑 질문에 임종식 교육감 시 낭송, 샌드아트 공연까지 '축제'

경북교육청이 지난 18일 구미코에서 진행한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서부권 행사에 참가한 학생과 교사들이 발표를 끝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교육청이 지난 18일 구미코에서 진행한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서부권 행사에 참가한 학생과 교사들이 발표를 끝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교육청이 마련한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이하 궁금한마당)'이 지난 3개월의 여정을 마치고 포항과 구미에서 따뜻한 질문 축제로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승패를 가르는 대회가 아니라 중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질문으로 배우는 수업'을 함께 즐기는 자리로 꾸며졌다.

지역별 예선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은 지난 16일 포항 경북교육청문화원과 18일 구미 구미코에 모여 현장에서 제시된 지문을 바탕으로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으며 토론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는 탐구 활동을 펼쳤다. 책을 읽고 끝나는 독서행사가 아니라 '읽은 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로 수업의 방향을 바꿔보는 현장형 프로그램이었다.

울릉중학교 학생들이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현장에서 받은 지문을 바탕으로 질문을 생성하고 답변을 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울릉중학교 학생들이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현장에서 받은 지문을 바탕으로 질문을 생성하고 답변을 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지문은 현장 추첨, 질문은 즉석 제작… "수업이 축제가 돼"
궁금한마당은 '즉석 질문수업'에 가까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팀별로 지문을 뽑아 읽고 제한된 시간 안에 무엇이 궁금한지를 먼저 정리한 뒤 질문을 다듬고, 답을 찾는 탐구 과정과 근거를 구성해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생각을 확장한다. 같은 지문을 받아도 질문의 방향은 제각각이어서 학생들은 서로의 질문을 들으며 관점을 바꾸고 논리를 보완하는 경험을 했다.

현장 운영도 '발표 대회'가 아닌 '수업'에 가까웠다. 팀 발표 뒤에는 다른 팀이 던지는 질문이 이어지고 발표팀이 즉석에서 답을 구성해 응답하는 구조가 반복됐다. 교사가 미리 만들어 준 답안을 읊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만든 질문이 다시 학생의 사고를 흔드는 장면이 곳곳에서 나왔다.

포항 본선에는 울진중 '4-브레인', 영양중 '영양중사총사', 포항여중 '4인사색' 등 동부권 학교들이 참여했고, 구미 본선에는 상모중 '프로토콜57', 문성중 '길', 안동중 '안동 넘버원(ANDONG NO.1)' 등 서부권 대표팀이 함께했다. 특히 울릉지역 학생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여객선을 타고 포항에 나와 현장 적응과 발표 연습까지 준비하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여줬다. 행사장에서는 "질문이 많아질수록 수업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예천여자중학교 학생들이 경북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여해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구하는 탐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예천여자중학교 학생들이 경북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여해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구하는 탐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AI는 뤼튼만 규정 명확… '완성도 경쟁' 대신 '사고의 과정'에 초점
이번 행사는 AI·디지털 시대에 맞춘 탐구 역량을 다루되 AI로 예쁘게 꾸민 결과물이 앞서지 않도록 사용 기준을 분명히 했다. 행사 운영 규정에 따라 생성형 AI 활용은 '뤼튼'만 가능하도록 안내됐고, 챗GPT·제미니 등은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발표 자료 역시 캔바·미리캔버스 템플릿이나 사전에 준비한 서식 파일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은 제한해 결과물의 디자인이 아니라 질문의 질과 탐구의 논리에 집중하도록 설계했다.

궁금한마당을 기획하고 준비한 홍현정 장학사는 "AI 시대에 중요한 건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보다 무엇을 물을지와 근거를 어떻게 세울지"라며 "학생들이 질문을 만들고 스스로 검증하는 힘을 키우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경북지역 수석교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질문을 더 깊게 만드는 과정을 도왔다. 수석교사들은 발표의 완성도보다 질문의 맥락과 탐구 과정, 팀의 협업을 지켜보며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을 확장하도록 이끌었다.

한 수석교사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너무 참신해 대견했다"며 "좋은 질문이 쏟아질 때는 자식 자랑하는 부모 마음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장에서는 정답을 맞혔느냐보다 왜 그 질문이 나왔느냐가 더 자주 논의됐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이 지난 18일 구미코에서 진행된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임종식 경북교육감이 지난 18일 구미코에서 진행된 경북 중학생 질문탐구 궁금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샌드아트 공연으로 '질문의 힘' 메시지… 첫사랑 질문에 교육감 시 낭송
질문이 왜 중요한가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샌드 아티스트 이대웅 씨가 샌드아트 공연을 펼치며 질문이 사람의 생각과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이야기로 보여줬고, 학생과 교사들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질문이 단지 학습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세계를 확장하는 언어'라는 메시지가 공연을 통해 한층 또렷해졌다는 평가다.

18일 구미코 현장에는 임종식 경북교육감도 참석해 학생들의 질문과 토론을 지켜봤다.

임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이 정답을 외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근거를 찾아 설명하는 모습이 참 든든하다"며 "질문은 미래를 여는 힘이고 AI 시대에는 '무엇을 물을 것인가'가 결국 사람의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실에서 질문이 자연스럽게 오가고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수업과 공간, 교사 지원까지 함께 바꿔가겠다"며 "오늘처럼 즐겁게 배우는 질문 수업이 학교의 일상이 되도록 현장을 더 촘촘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를 달군 장면도 있었다. 한 학생이 '첫사랑'을 소재로 질문을 만들어 발표하자 임 교육감이 즉석에서 첫사랑과 관련한 시를 낭송해 학생과 교사들의 환호를 받았다. 딱딱한 행사가 아니라 '질문으로 서로 연결되는 축제'라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경북교육청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질문탐구 기반 수업을 학교 현장으로 확산하고, 권역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역량과 토론·소통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김기활 경북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궁금한마당은 학생들이 주어진 지문을 해석하는 데서 출발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대화하며 답을 구성해 가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 되도록 설계한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질문탐구 수업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원 연수와 수업 자료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