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콘크리트 스카이라인 "푸른 대구 아냐"
지역 리더들 더 냉철해져야, 행정대통합 "희망고문"
7년 전 사별한 아내, 앞마당 호랑이상 아래 유골
[편집자주]
♬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어요. ♬ (맨발의 가수 이은미 노래 중 일부)
이 코너는 권 기자가 격주에 한번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봅니다.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정신세계와 인생철학, 그리고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이 어디서 오는 지를 지면을 통해 전해 드립니다.(편집자주)
"내 고향 대구를 생각하면, 우울증 올 것 같아요."
대구의 No.1 원로를 꼽으라면 단연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나이 만 88세(한자로 열 십에 여덟 팔자가 아래 위로 들어간 '미수'(米壽)). 1년 6개월만 더 살아있으면, 만 구순(九巡)이다. 겨울철에는 저체온증 때문에 바깥 외출을 삼가고 있는 문 전 시장은 주간매일 취재팀을 남평문씨 세거지 내의 사저에서 반겨줬다. 하얀 니트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2시간 동안 시원시원하게 답변을 쏟아냈다.
◆요즘 어떤 고민과 사색을 하십니까?
성경 시편 18편을 제일 좋아합니다.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아침마다 이 구절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교회를 가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독실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걱정도 많죠. 이 나라와 대구를 생각하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늘 나아져야 하는데 말입니다. 수입은 줄고, 물가는 가히 살인적입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이재명 정권은 진영 논리를 모든 판단이나 결정의 기준 잣대로 들이댑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근간마저 뒤흔들고 있는데, 절반의 국민들은 둔감합니다. 이 정권을 비판하는 보수층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닌 것처럼 취급을 받습니다. 제 생각에는 현 정권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파탄날 겁니다. 정치 과잉은 나라 살림마저 궁핍하게 만들 겁니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을 생각하는지 회의감이 듭니다.
◆대구의 미래는 어떤가요?
암담합니다. 속이 터지지요. 대구 도심 스카이라인 함 보십시오. 푸른 도시가 온통 콘크리트 회색으로 변했어요. 이제는 다시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도시 디자인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듯 합니다. 파리나 로마, 바르셀로나, 오사카 등 세계적인 대도시처럼 도심에는 고층 건물을 못짓도록 했어야죠. 도시 외곽에는 100층 이상 건물을 지어도 상관없어요. 도심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하는데….
◆올 6월 지방선거에서는 어떤 리더를 뽑아야 합니까?
보수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며, 겉과 속이 똑같은 든든한 지도자,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새로운 희망이 싹틀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후보군 중에 과연 누구에게 시도정을 맡길 수 있을까요? 시도민들도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적당한 시점이 되면, 제가 마음에 드는 후보에 대한 하마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구는 그 어떤 도시보다 차기 시장을 잘 뽑아야 합니다.
◆ 2025년을 되돌아보며, 희망적인 부분을 봤다면?
10대~20대들이 똑똑해지고, 나라는 걱정하는 애국자들이 많아졌다는 측면입니다. 건전한 보수를 지향하며, 주말 집회에도 나가는 등 행동하는 세대라 어둠 속에 작은 빛을 그들에게서 봅니다. 정치가 나라에 망조(亡兆)가 들도록 하고 있지만, 이제 인생 갈무리 시점에 되도록이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대한민국 청년 여러분!! 시련과 고통 속에 진정한 발전과 성장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제34,35대 대구시장을 역임하셨는데, 가장 보람된 일을 꼽는다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단연 푸른 대구 가꾸기와 도심의 쉼터 '신천'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재임 시절 폭염 도시 대구를 푸르게 할 방법은 나무심기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700만 그루를 심었으며, 현재도 '푸른대구가꾸기 시민모임' 이사장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대구 신천은 영국 BBC 방송이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조회수가 무려 1억뷰가 나왔습니다.
◆경제기획원 차관까지 지낸 경제 전문가 입장에서 대구 미래 비전은?
인천 국제공항 건설에 설계 단계부터 관여했는데, 국가 예산이 100% 투입되었습니다. 대구경북 신공항 역시 국비가 투입되어야 합니다. 이 나라는 중앙집권적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지방이 독자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가 힘든 구조입니다. 진보 정권에서 대구경북이 어떻게 예산 확보를 할 지가 관건입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마당의 호랑이상은 뭡니까?
☞ 7년 전 하늘나라로 보낸 우리 안방 마님(정송자 여사)의 유골이 저 호랑이상(범띠) 아래 묻혀 있습니다. 살아 생전 고생만 시키다, 정말 귀하신 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장본인입니다. 늘 그립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저 호랑이상을 쳐다보며, 고인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 옆에 황소상(소띠)이 있죠? 제 유골이 묻힐 곳입니다. 뭐~~ 한 90세까지만 살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인명(人命)은 재천(在天)".
◆새해 책 한권만 추천해 주신다면?
'로마인 이야기'로 전 세계에 알려진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란 책이 아주 감명 깊었습니다. 저한테 쏙~ 쏙~ 와닿는 내용이라 읽는 내내 감정이입이 잘 됐습니다. 멋진 남자란 어때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잘 알려줍니다. 다독과 혜안(지혜)은 기본이고, 와이셔츠와 넥타이 하나에도 나만의 은은한 멋(스타일)을 풍길 줄 알아야 합니다. 식사 에티켓도 품격을 갖춰야 하구요.(ㅎㅎㅎ, 그게 바로 접니다.)
◆ 새해(병오년 말띠 해)가 밝았습니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에게 덕담 한마디.
우리 스스로 깨어나서 지역의 미래를 개척해야 합니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 희망을 찾아야 합니다. 남 탓 할 것도 없습니다.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도 잘 뽑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믿었던 지도자에게 놀아날 수도 있습니다. 부디 500만 시도민이 똘똘 뭉치고, 심기일전해서,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