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 기자의 '그 사람']米壽 문희갑 "내 고향 대구, 우울증 오겠어요"

입력 2026-01-01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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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콘크리트 스카이라인 "푸른 대구 아냐"
지역 리더들 더 냉철해져야, 행정대통합 "희망고문"
7년 전 사별한 아내, 앞마당 호랑이상 아래 유골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올 6월 지방선거에 나설 대구시장 후보는 지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부터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용 구호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구 경제를 실제로 살릴 준비된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편집자주]

♬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어요. ♬ (맨발의 가수 이은미 노래 중 일부)

이 코너는 권 기자가 격주에 한번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봅니다.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정신세계와 인생철학, 그리고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이 어디서 오는 지를 지면을 통해 전해 드립니다.(편집자주)

"내 고향 대구를 생각하면, 우울증 올 것 같아요."

대구의 No.1 원로를 꼽으라면 단연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나이 만 88세(한자로 열 십에 여덟 팔자가 아래 위로 들어간 '미수'(米壽)). 1년 6개월만 더 살아있으면, 만 구순(九巡)이다. 겨울철에는 저체온증 때문에 바깥 외출을 삼가고 있는 문 전 시장은 주간매일 취재팀을 남평문씨 세거지 내의 사저에서 반겨줬다. 하얀 니트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2시간 동안 시원시원하게 답변을 쏟아냈다.

요즘 어떤 고민과 사색을 하십니까?

성경 시편 18편을 제일 좋아합니다.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아침마다 이 구절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교회를 가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독실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걱정도 많죠. 이 나라와 대구를 생각하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늘 나아져야 하는데 말입니다. 수입은 줄고, 물가는 가히 살인적입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이재명 정권은 진영 논리를 모든 판단이나 결정의 기준 잣대로 들이댑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근간마저 뒤흔들고 있는데, 절반의 국민들은 둔감합니다. 이 정권을 비판하는 보수층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닌 것처럼 취급을 받습니다. 제 생각에는 현 정권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파탄날 겁니다. 정치 과잉은 나라 살림마저 궁핍하게 만들 겁니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을 생각하는지 회의감이 듭니다.

대구의 미래는 어떤가요?

암담합니다. 속이 터지지요. 대구 도심 스카이라인 함 보십시오. 푸른 도시가 온통 콘크리트 회색으로 변했어요. 이제는 다시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도시 디자인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듯 합니다. 파리나 로마, 바르셀로나, 오사카 등 세계적인 대도시처럼 도심에는 고층 건물을 못짓도록 했어야죠. 도시 외곽에는 100층 이상 건물을 지어도 상관없어요. 도심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하는데….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올 6월 지방선거에 나설 대구시장 후보는 지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부터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용 구호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구 경제를 실제로 살릴 준비된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올 6월 지방선거에서는 어떤 리더를 뽑아야 합니까?

보수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며, 겉과 속이 똑같은 든든한 지도자,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새로운 희망이 싹틀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후보군 중에 과연 누구에게 시도정을 맡길 수 있을까요? 시도민들도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적당한 시점이 되면, 제가 마음에 드는 후보에 대한 하마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구는 그 어떤 도시보다 차기 시장을 잘 뽑아야 합니다.

2025년을 되돌아보며, 희망적인 부분을 봤다면?

10대~20대들이 똑똑해지고, 나라는 걱정하는 애국자들이 많아졌다는 측면입니다. 건전한 보수를 지향하며, 주말 집회에도 나가는 등 행동하는 세대라 어둠 속에 작은 빛을 그들에게서 봅니다. 정치가 나라에 망조(亡兆)가 들도록 하고 있지만, 이제 인생 갈무리 시점에 되도록이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대한민국 청년 여러분!! 시련과 고통 속에 진정한 발전과 성장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제34,35대 대구시장을 역임하셨는데, 가장 보람된 일을 꼽는다면?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단연 푸른 대구 가꾸기와 도심의 쉼터 '신천'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재임 시절 폭염 도시 대구를 푸르게 할 방법은 나무심기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700만 그루를 심었으며, 현재도 '푸른대구가꾸기 시민모임' 이사장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대구 신천은 영국 BBC 방송이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조회수가 무려 1억뷰가 나왔습니다.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자택 정원에 묻힌 아내의 묘를 바라보고 있다. 나란히 세워진 호랑이와 황소상이 묘를 지키고 있다. 문 전 시장은 1937년생 소띠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자택 정원에 묻힌 아내의 묘를 바라보고 있다. 나란히 세워진 호랑이와 황소상이 묘를 지키고 있다. 문 전 시장은 1937년생 소띠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경제기획원 차관까지 지낸 경제 전문가 입장에서 대구 미래 비전은?

인천 국제공항 건설에 설계 단계부터 관여했는데, 국가 예산이 100% 투입되었습니다. 대구경북 신공항 역시 국비가 투입되어야 합니다. 이 나라는 중앙집권적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지방이 독자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가 힘든 구조입니다. 진보 정권에서 대구경북이 어떻게 예산 확보를 할 지가 관건입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마당의 호랑이상은 뭡니까?

☞ 7년 전 하늘나라로 보낸 우리 안방 마님(정송자 여사)의 유골이 저 호랑이상(범띠) 아래 묻혀 있습니다. 살아 생전 고생만 시키다, 정말 귀하신 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장본인입니다. 늘 그립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저 호랑이상을 쳐다보며, 고인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 옆에 황소상(소띠)이 있죠? 제 유골이 묻힐 곳입니다. 뭐~~ 한 90세까지만 살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인명(人命)은 재천(在天)".

새해 책 한권만 추천해 주신다면?

'로마인 이야기'로 전 세계에 알려진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란 책이 아주 감명 깊었습니다. 저한테 쏙~ 쏙~ 와닿는 내용이라 읽는 내내 감정이입이 잘 됐습니다. 멋진 남자란 어때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잘 알려줍니다. 다독과 혜안(지혜)은 기본이고, 와이셔츠와 넥타이 하나에도 나만의 은은한 멋(스타일)을 풍길 줄 알아야 합니다. 식사 에티켓도 품격을 갖춰야 하구요.(ㅎㅎㅎ, 그게 바로 접니다.)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 '남자들에게'를 추천하며 여전히 생각하고 돌아보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새해(병오년 말띠 해)가 밝았습니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에게 덕담 한마디.

우리 스스로 깨어나서 지역의 미래를 개척해야 합니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 희망을 찾아야 합니다. 남 탓 할 것도 없습니다.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도 잘 뽑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믿었던 지도자에게 놀아날 수도 있습니다. 부디 500만 시도민이 똘똘 뭉치고, 심기일전해서,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