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용 가스총이 흉기로…총포류 등 관리 법안 개선 필요 목소리

입력 2025-12-23 15:56:05 수정 2025-12-23 17:26:5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가스총, 15㎝ 이상인 도검, 전자충격기, 석궁 등 소지 위해선 경찰 허가 받아야
소지 허가 이후 관리 체계 촘촘하지 않다는 점은 과제

도심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르면서 호신용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6일 대구 수성구 현대총포사에서 관계자가 호신용품을 시연하고 있다. 관계자는
도심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르면서 호신용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6일 대구 수성구 현대총포사에서 관계자가 호신용품을 시연하고 있다. 관계자는

최근 호신용 가스총 등 총기류 사고가 잇따르면서 총포·도검류 소지 허가 제도의 미비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적법하게 허가받은 무기류가 당초 용도와 달리 흉기로 사용되거나, 허가 이후 관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대구 중구 삼덕동 한 건물에서 40대 남성 A씨가 호신용 가스총을 자신의 머리에 발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가 소지한 가스총(분사기)은 지난 2014년 법적 절차에 따라 '호신용'으로 허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의 한 민간 사격장에선 23일 20대 남성이 자신이 들고 있던 권총으로 발사된 실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해당 남성은 평소 우울증과 조현병을 겪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에 따르면 가스총, 15㎝ 이상인 도검, 전자충격기, 석궁 등을 소지하기 위해선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적법하게 허가된 대상물이 당초 용도와는 달리 흉기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서울 은평구에서는 30대 남성이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길이 102㎝의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이달 기준 ▷총포 3천877정 ▷도검 3천393정 ▷분사기 2만1천398정 ▷전자충격기 2천69정 ▷석궁 19정 등 총 3만756정에 대해 소지 허가가 내려진 상태다.

◆도검, 총포류 소지 허가 이후 허점

신청자가 심신상실자나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에 해당하면 총포류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없다.

현행법상 대상물 소지자가 정신질환 등에 해당하면 허가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의 자진 신고 의무가 없어 결격 사유가 언제 발생하는지를 행정기관이 즉각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총포화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매분기 1회 이상 대상자의 정신질환 등 결격 사유 자료를 경찰에 제공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 진단과 경찰의 자료 확보 사이에 시차가 발생해 관리 공백이 나타날 소지가 있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 제공 대상이 '총기 소지자'로 한정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총기 외 소지자의 정신질환 등 결격사유를 경찰이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달 감사원에서도 지적하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대구경찰 관계자는 "내년부터 총포뿐만 아니라 다른 대상물에 대해서도 3년마다 소지 허가 갱신을 받게 된다"며 "대상자들에게 갱신 안내부터 기간까지 통보할 계획이고, 방문하면 범죄 경력부터 정신질환 치료 내역까지 확인한 뒤 회수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검·석궁 소지는 '사각지대'

소지 허가 과정에서도 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난다. 총포는 신청 단계에서 정신질환 관련 서류 제출이 의무화돼 있지만, 도검과 석궁 등은 해당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검과 석궁 등의 소지 허가 시에도 정신의학과 진단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이 현재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무기류가 온라인에서 쉽게 판매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매자가 법령을 알지 못한 채 허가 받지 않은 제품을 소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총포류 등 소지 허가 이후에 관리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서에 총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있지만 여러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관내에 있는 모든 총포·도검 등을 관리하기란 어렵다"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과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등이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총포류를 갖고 있는 위험군을 파악할 수 있는 '지역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