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규정 손본다...위험값 최대 100%로 상향
'무늬만 모험자본' 종투사 꼼수 투자도 인정 한도 30%로 제한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앞으로 증권사들은 사업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이나 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LTV)이 높은 고위험 부동산 사업장에 투자할 경우, 기존보다 훨씬 많은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 규정변경을 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증권사의 순자본비율(NCR) 산정 방식을 뜯어고친 데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부동산 사업장의 실질적인 리스크와 상관없이, 대출보다 위험값이 현저히 낮은 '채무보증(위험값 18%)' 형태로 신용공여를 늘리며 몸집을 불려왔다.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규모는 2022년 말 22조5천억원 수준에서 올해 3분기까지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규제 차익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투자의 형태(대출·보증·펀드)가 아니라 '사업 진행 단계'와 'LTV 수준'에 따라 위험값을 차등 적용한다.
일례로, 사업 인허가 전 단계인 브릿지론이나 LTV 60% 이상의 고위험 사업장의 경우, 기존에 채무보증 형식을 취하면 18%의 위험값만 적용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의 위험값이 적용된다.
이는 증권사가 해당 투자를 위해 쌓아야 할 자본 부담이 5배 이상 늘어난다는 의미다. 본PF 단계라 하더라도 LTV가 높으면 36%, 낮으면 24% 등 위험 수준별로 차등화된 규제를 받게 된다.
부동산 '총 투자한도' 규제도 신설된다. 기존에는 부동산 채무보증 금액만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관리했으나, 앞으로는 대출과 펀드를 포함한 모든 부동산 투자 금액을 자기자본 100% 이내로 묶어야 한다.
다만, 시장 충격을 고려해 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도록 경과 조치를 두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부여된 '모험자본 공급 의무'도 깐깐해진다.
종투사 제도는 당초 혁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라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일부 대형사들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중견기업 대출이나 A등급 회사채 투자로 실적을 채우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당국은 A등급 채권 및 중견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전체 모험자본 공급 의무 이행 실적의 최대 30%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25억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해야 할 경우, A등급 채권 등 안전 자산 투자는 7조5천억원까지만 실적으로 쳐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남은 자금을 BBB등급 이하 채권이나 중소·벤처기업 등 진짜 모험이 필요한 곳에 흘러가게 하려는 의도다.
이 밖에도 이번 개정안에는 금융투자업 인가 시 대주주 심사 요건을 타 업권과 맞춰 합리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대주주인 법인의 대표자 등 간접적 대주주는 임원 자격 요건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규제 형평성을 맞췄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부동산 PF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은 내년 2월 2일까지 예고 기간을 거친 뒤 확정·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금융업계 관계자는 "위험값이 100%까지 치솟으면 브릿지론 등 고위험 딜은 사실상 취급이 불가능해진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