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충무공이 실천한 경청의 리더십 주목해야"

입력 2026-01-0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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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순신 정신' 대구경북의 2026년 새해를 이끌 기준으로 삼아야, 지역 경제와 청년 사기 살릴 지도자 필요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자수성가형 부자 윤 회장, 나눔 실천하며 지역의 '어른' 역할 톡톡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석오빌딩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객원기자 이무성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석오빌딩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객원기자 이무성

"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다시 한번 빛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으면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성웅 이순신 장군의 치열한 삶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서초구 석오(石梧) 빌딩 집무실에서 만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대구경북 시도민을 향한 따뜻한 새해 인사부터 건넸다.

'석오'는 윤 회장의 호다. 메마르고 척박한 바위 위에서도 강인하게 뻗어 올라 큰 재목으로 성장하는 오동나무를 의미한다.

윤 회장과의 첫 만남은 시작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첫째는 집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방대한 분량의 장서(藏書)였고 두 번째는 일흔여덟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전쟁터에 비유되는 치열한 경영 일선에서 35년을 누빈 성공한 사업가라고 하기에는 돋보이는 낭만파적인 면모였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석오빌딩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윤 회장의 집무실에 각종 서적들이 가득하다. 객원기자 이무성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석오빌딩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윤 회장의 집무실에 각종 서적들이 가득하다. 객원기자 이무성

◆ "부자는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물"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해 인사로 가장 좋아하는 '부자'를 화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윤 회장은 우리 재계를 대표하는 자수성가형 부자다. 1990년 직원 3명으로 시작해 34년 만에 회사를 매출 3조 원에 달하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래서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뭐부터 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 돌아왔다.

윤 회장은 "부자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철학과 가치를 세우는 것"이라면서 "돈은 결과일 뿐 과정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윤 회장은 내가 열심히 벌어 놓은 돈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부자가 될지, 어떤 부자로 살 지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 회장은 "돈이라는 것은 내 노력의 결과로 쌓이는 것인데 적어도 그 쌓아둔 것이 보기 싫지는 않아야 하잖아요!"라고 말하면서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으면 그 노력을 지속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행복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돈이라는 존재가 생각도 할 수 있고 감정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면 내가 어떻게 돈과 만나고 인연을 이어가야 그 돈이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 회장은 "철학과 가치 그리고 꿈을 염두에 두어야 돈을 모으는 과정이 공허하지 않다"면서 "돈 입장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성실하게 달려가는 사람 곁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회장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표현이 있는데 본인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돈을 벌고 싶었던 초심(初心)을 지키는 것이 존경받는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귀띔했다.

윤 회장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존경받는 부자다. 석오문화재단 설립, '수월관음도' 귀환, 무궁화 박물관 건립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에게 나눔을 실천한 계기를 물었다. 윤 회장은 "나눔은 제가 기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가치였다"면서 "기업은 단순히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무엇보다 윤 회장은 올바른 역사 연구가 이뤄지고 그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지난 2020년 요시다 교수의 장서 8천934권을 인수해 영남대에 기증했고 앞서 2016년에는 일본에서 250만 달러에 고려 수월관음보살도를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석오빌딩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순신 전문가인 이 회장과 석오빌딩 1층에 전시된 거북선 모습. 객원기자 이무성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석오빌딩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순신 전문가인 이 회장과 석오빌딩 1층에 전시된 거북선 모습. 객원기자 이무성

◆ 자타공인 이순신 장군 전문가,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 주목'

인터뷰 주제가 역사로 넘어가자 윤 회장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 수준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 전문가다.

윤 회장은 '난중일기', '장계' 등 '이충무공전서'의 한글 번역 사업을 총괄했고 2024년 대구가톨릭대학교 일반대학원의 '이순신학과'에서 '고하도·고금도의 지리적(地理的) 이점을 활용한 이순신의 승리 전략 연구' 논문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또한 윤 회장은 충무공과 관련한 서적만 수백 권을 탐독했고 지금도 이순신 장군 관련 서적이 출판되면 빠짐없이 읽는다.

심지어 윤 회장은 2018년 '기업가 문익점' 발간 후, '80세 현역 정걸 장군', '조선을 지켜낸 어머니'등 3권의 역사경영에세이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환경을 개척하며 승리를 이끌어낸 지략가였으며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력갱생 정신을 보여주셨다"면서 "특히 충무공의 리더십은 애민정신과 충효를 모두 포함한 리더십으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인들에게도 큰 교훈과 영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이 최고로 꼽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은 경청(傾聽)이다. 보통 사람들은 충무공의 해전 승리와 전략에 몰두하지만 윤 회장은 전투 전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들었던 이순신 장군에게 주목한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은 전투 전 주변지형과 물길 그리고 필승전략과 관련한 주변의 이야기를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듣고 또 들었다"면서 "전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고 반영했기 때문에 전투에 참가한 모든 이들에게 그 전투는 자신의 싸움이었고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는 공동의 과제가 될 수 있었는데 그것이 빛나는 전공(戰功)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진짜 탁월한 면모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조직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로 삼게 만드는 소통 능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알고 보면 이순신 장군은 첩보전과 병참전의 대가(大家)였다는 이야기, 당대 무반의 명문가 출신인 원균 장군의 부족함이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을 더 돋보이게 했을 수 있었다는 농담, 이순신 장군의 전승신화는 거북선 건조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의 산물이었다는 참신한 분석 등등 가만히 듣고 있으면 충무공 이야기로 밤도 지새울 기세인 윤 회장을 멈춰 세워야 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석오빌딩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구경북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며 지역발전 방안을 제안하는 윤 회장. 객원기자 이무성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석오빌딩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구경북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며 지역발전 방안을 제안하는 윤 회장. 객원기자 이무성

◆ 겸손하고 솔선수범하는 지역 어른의 쓴소리와 훈수 절실

그래서 '지역의 어른' 이야기를 꺼냈다. 진로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대구경북의 미래를 두고 진정어린 한 말씀을 해 줄 어른이 없는 시대를 통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윤 회장은 "적어도 '내가 어른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어른이라고 하면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나를 따르라'라고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사실은 겸손하고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고 규정했다.

윤 회장은 "진정한 어른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고 지역의 어른이라면 지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스스로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내친김에 '내년 6월 실시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어떤 사람이 지역의 지도자가 돼야 지역이 다시 도약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윤 회장은 "지역의 지도자는 비전과 실행력을 겸비해야 한다"면서 "지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과 리더십을 가진 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이 예전의 영광을 다시 찾으려면 우리 지역만의 강점을 살리면서 지역민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지역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윤 회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재 육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면서 지역의 강점을 살린 첨단 기술, 바이오산업,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성장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윤 회장은 주춤하고 있는 대구경북 통합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행정적, 경제적 통합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윤 회장은 대구경북 통합은 단순히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윤 회장은 출향인들이 일상에서 고향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도 제안했다. 가족들과 함께 고향으로 여행하기와 고향에 이른바 '세컨 하우스'(여가주택) 갖기가 고향에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여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가족들과 주말농장을 찾는 심정으로 고향을 방문해 달라진 고향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여행하기를 권한다"면서 "그런 작은 실천이 고향 발전을 위한 단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과 맞물려 출향인들의 귀향을 고향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동한 회장

△1947년 경남 창녕 출생 △계성중·계성고 졸업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66학번) △서울대 경영대학원 수료 △수원대·대구가톨릭대 경영학·문학 박사 △세종대 명예 이학박사 △대웅제약 부사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영남대 총동창회장 △現 한국콜마 회장, 서울여해재단 이사장, 석오문화재단 이사장

▷2000년 벤처기업전국대회 대통령표창 ▷2005년 과학기술유공자 훈장 ▷2012년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선정 ▷2014년 국민훈장 동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