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AI 협의회 개최... 인프라·데이터·규율체계 3각 편대 가동
국내 금융산업이 '인공지능 대전환(AX)'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금융당국은 AI를 금융의 본질인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보호를 혁신할 핵심 동력으로 규정하고, 인프라 지원과 규율 정비라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글로벌 AI 경쟁에서의 주도권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권 AI 협의회'를 열고 금융권 AI 대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번 로드맵의 핵심으로 중소형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도 비용 부담 없이 AI를 개발할 수 있는 공용 인프라를 깔아주는 동시에, 오작동이나 편향성 등 AI의 잠재적 위험을 통제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점이 꼽힌다.
먼저 '금융권 AI 플랫폼'이 본격 가동된다. 그동안 시중은행이나 빅테크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저축은행, 핀테크 기업들은 고성능 AI 모델이나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신용정보원이 주축이 돼 구축한 금융권 AI 플랫폼은 검증된 오픈소스 AI 모델과 어플리케이션, 금융 특화 데이터를 선별해 제공한다.
특히 망분리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금융회사가 연구개발망에서 외부 AI 모델을 안전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샌드박스 환경을 구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민을 위한 '모두의 금융 AI 러닝 플랫폼'도 내년 1월 5일부터 문을 연다. 대출·연체·보험 등 민감한 금융 데이터를 가명 처리해 대학생이나 예비 창업자가 직접 분석하고 모델링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AI 금융 인재 양성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AI의 연료인 데이터 활용의 물꼬도 텄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AI 학습에 필수적인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결합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데이터 결합 패스트트랙' 도입이다.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정보 결합의 경우 복잡한 승인 절차를 줄여 결합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한다.
또한, 데이터전문기관이 안전한 관리 환경을 갖춘 경우, 한 번 결합한 데이터를 파기하지 않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매번 데이터를 결합할 때마다 비용과 시간을 소모했던 업계의 고질적인 애로사항을 해소한 것이다.
안전장치에 대한 성능도 높였다. 이날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AI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통제 가능한 AI를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혔다.
개정안은 거버넌스, 합법성, 신뢰성 등 7대 원칙을 제시했는데, 핵심은 '보조수단성 원칙'이다. AI는 어디까지나 업무의 보조 도구일 뿐, 최종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반드시 '사람(임직원)'이 져야 한다는 것.
구체적으로 금융사는 AI 시스템 운영 전 단계에서 임직원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을 미리 규정해야 하며, AI가 이상 행동을 보일 경우 즉시 가동을 멈추는 '비상정지장치(Kill Switch)'를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출 거절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왜 거절됐는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나 금융소비자 피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안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AI는 금융의 본질적 역할에 기여할 수 있지만, 가장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규율체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