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환이 채용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 AI가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유용한 도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과 사람의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이 교차하고 있는 것. 학계에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해 근로자의 원활한 일자리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광범위한 AI 일자리 충격
AI 시대 진입에 따른 일자리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지컬 AI의 부상도 변수로 작용한다. AI를 탑재한 로봇의 확산은 자동화를 앞당기고 이는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이 펴낸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노동시장 파급효과 분석을 위한 일자리 대체가능성 지수의 개발' 논문에 따르면, AI에 의해 일자리 대체가능성이 높은 상위 30%에 속하는 직업의 취업자 비중이 전체 취업자의 절반 이상인 55~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체가능성 하위 30%에 해당하는 취업자 비중은 15.8%에 그쳤다.
미래성장연구원은 소득과 학력이 낮을수록 AI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낮은 역량을 요구하는 기술은 AI 로봇의 발전으로 쉽게 대체된다는 것이다. 전문직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이 앞당겨질 경우 고소득 직종 대체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구원 측은 "숙련이 필요한 기술은 대체 속도가 느리지만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향후 사무직과 일부 전문직까지 AI 기술이 예상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AI 산업전환과 일자리' 포럼 최종 보고회도 AI 고위험 계층을 위한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성준 서울대 교수는 "사람과 AI가 협동하는 방식으로 노동 형태가 변화할 것"이라며 "AI 협업 능력을 키울 수 있는 AI 리터러시(정보 해석) 교육과 전문가 훈련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불기피한 전환, 유연화가 해법
AI 전환에 대한 부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AI로 인해 향후 5년간 9천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1억7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일자리 수는 7천800만 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 전문가, 데이터 검증 전문가 등 AI를 활용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단순 반복 업무는 축소되는 대신 자동화 시스템 관리·의사결정 역할을 수행하는 직종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 직종도 로봇 운용이나 설비 모니터링, 고객 맞춤형 기획 등으로 이동하며 역량을 높이고 있는 것.
경산에 본사를 둔 세안정기는 최근 상부 프레임 제작 공정에 로봇 자동화 설비 구축을 완료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고용착·저입열용접 조건을 개발 및 적용, 열변형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강도 및 외관 품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세안정기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기반 검증 절차를 통해 설비 정확성을 사전에 확보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반영해 품질을 지속 향상시키고 있다"면서 "로봇을 관리하는 인력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맞는 인력이 더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I 시대 노동시장의 안정적인 전환을 도모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해고에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닌 직무 재편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은 대한상공회의소에 최근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를 주제로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한국은행은 "AI 기술 발전은 노동 본질과 인간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AI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인간의 노동은 더욱 유연하고 간헐적이며 프로젝트 중심적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편중된 고용 형태와 낮은 유연성은 AI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 노동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 제약 요인"이라며 "이는 다양한 인재의 잠재력을 막고,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 근로자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