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금융사 중 '양호'는 라이나생명·현대카드 단 2곳뿐...우수 등급은 1곳도 없어
토스뱅크·하나캐피탈, 사실상 낙제점
주요 금융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에서 줄줄이 '미흡'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겉으로는 고객 중심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무늬만 소비자 보호' 행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18일 '2025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은행, 증권, 보험 등 총 29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가 대상의 약 28%에 달하는 8개사가 미흡 등급을 받았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양호 등급은 라이나생명과 현대카드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최고 등급인 우수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롯데카드 등 6개사는 당초 평가에서는 보통 수준이었으나, 대규모 소비자 피해 유발과 금융사고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이 반영돼 최종 등급이 미흡으로 강등됐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와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캐피탈은 등급 조정 없이 자체 평가만으로 미흡을 받아 체면을 구겼다.
최초로 실태평가를 받은 토스뱅크는 체크카드 해외 결제 취소 지연 등으로 민원이 급증했음에도 소비자보호 인력 운영이나 사전협의 제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캐피탈 역시 공격적인 팩토링 영업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가 개인정보보호책임자를 겸직하는 등 소비자 보호 역량이 분산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이번 평가에서 금융권 전반에 깔린 형식주의를 지적했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외형적인 내부통제 체계는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인 작동 여부에서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금융사는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만 해두고 실질적인 의결 없이 회의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상품 개발 단계에서 소비자보호 부서의 의견을 단순 자구 수정 정도로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종합 등급 미흡을 받은 금융사 경영진을 소집해 면담을 실시하고,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실적을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순히 규정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내부통제 체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